[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텔레콤이 펀드가 결성되기도 전에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가 만든 펀드에 400 억원을 선지급한 것은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SK텔레콤(017670)과 SK C&C(1차),
SK가스(018670)와 SK E&S, 부산도시가스(2차),
SK에너지(096770)와
SK네트웍스(001740)(3차)는 2008년 10월부터 2008년 12월 사이에 1500 억원을 베넥스가 만든 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돈 중 450억 원이 돈세탁 과정과 김준홍 베넥스 대표를 거쳐 최태원 SK 회장 선물투자를 관리했던 김원홍씨(전 SK증권 부장)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이에 검찰 측은 SK계열사들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펀드에 수백억을 선지급한 것은 최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혐의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일시적인 자금유용은 최재원 수석부회장만 알았으며, 시점과 정황을 봤을 때 펀드 구성은 정상적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1부 이원범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는 김신배 SK텔레콤 전 대표이사(현 SK부회장)와 오세현 SK텔레콤 전 C&I(컨버전스·인터넷) 사업부문 사장(현 SK 중국 사업부문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SKT "9월 초 요청받고 10월 중순 조기집행 보고받았다"
| ▲ 오세현 SK텔레콤 C&I 사업부문 전 사장 진술에 따른 사건의 재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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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핵심 중 하나는 SK텔레콤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베넥스 펀드 출자 경위다.
당시 펀드 구성 업무에 관여했던 오세현 전 C&I 사업부문 사장은 "2008년 8월 말~9월 초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 요청받고 실무자에게 검토를 지시한 뒤 10월 초 김신배 대표이사에게 펀드 구성을 승인받고 2주 정도 뒤인 10월 중순경 베넥스측에서 조기 집행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김신배 전 대표이사는 "선지급 문제는 따로 보고 받지 않았다"면서 "SK텔레콤은 1년에 3~4조씩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펀드 구성)하고 나서 자금 집행에 대한 문제는 해당 부서(오세현 전 사장)와 재무실에서 맡는다"고 말했다.
증언대로 라면 "2008년 10월 29일 SK텔레콤이 첫 선지급하기 이틀전 쯤 회장의 컨펌(확인)이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게 된다.
오세현 전 사장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펀드에) 400억 원을 선지급한 이유는 2008년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한창일 때라 베넥스 측에서 출자 약속을 못지킬까봐 선지급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신배 전 대표이사도 "당시 SK그룹은 글로벌 전략 강화를 위해 계열사들이 함께 공동의 펀드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유명 투자은행(IB)들이 주도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들어가면 주도권을 쥐기 어려워, SK 계열사들을 잘 이해하는 김준홍씨가 대표로 있는 베넥스에 출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준홍씨는 SK텔레콤에서 신사업개발 담당 임원이었으며, 퇴사 이후에도 SK텔레콤을 수시로 방문해 오세현 전 사장 등과 만났다. SK 관계자는 "김준홍씨는 최 회장 유학시절부터 가까운 사이로, 임원들로선 그의 능력 뿐 아니라 배경때문에 출자에 긍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 지주사 관여정황..재판부 "자금 집행과정, 허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SK계열사들의 베넥스 펀드 출자에 지주회사 관여 정황이 있고, 글로벌 전략과도 배치되는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SK그룹 재무실 소속 박모씨가 2008년 10월 27일 자신의 컴퓨터에 `베넥스 폴더`를 만들었고, 펀드 수수료 문제를 두고 지주사 재무실과 베넥스가 협의한 정황이 있다"면서 "SK텔레콤이 투자한 베넥스 펀드는 중소기업창투사여서, 해외 투자에 제약이 있어 글로벌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원범 부장 판사는 "SK텔레콤 이사회에 베넥스 펀드 출자 사실을 보고했고, SK로서 400 억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있다 해도 일반인에게는 큰 돈"이라면서 "이자 등의 문제도 있는데 언제까지 출자해야 하는 지 등을 (고위 임원이) 검토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오세현 전 사장은 "마지막에 반성하는 게 펀드를 만드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실제 집행에 대해 디테일하게(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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