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39%)에 경영권을 얹어 3자에 매각하면 유동성 확보라는 의미가 퇴색된다. 3자에 팔때 금호그룹이 2조원대의 손실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호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팔면 재무제표상의 손실부담이 커진다. 금호그룹으로선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해결책인 셈이다.
올해 말 금호그룹이 FI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4조원 가량에 달한다. 풋백옵션 행사가(3만1500원)와 대우건설 주가(1만2850원)의 차액을 금호가 떠안는 조건으로 FI 지분을 3자에 넘기면 금호가 입게되는 손실이 2조3000억~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경영권을 같이 넘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이 경우에도 일정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호그룹이 안게 되는 재무제표상의 손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금호그룹은 현재 대우건설 주식의 장부가치를 2만5000원 정도로 잡고 있다.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 그 금액만큼 재무제표에 손실로 기록된다.
예를 들어 지난 3월말 현재 금호산업의 자본총계는 1조1450억원이다. 금호산업이 보유중인 대우건설 지분 18.6%를 현 주가대로 판다면 약 7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 금호산업(002990) 자본잠식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금호그룹이 FI 지분 39%와 그룹 지분 33%를 모두 판다면 장부상에 기재되는 손실액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금호그룹 입장에선 `유동성 확보`와 `장부상의 손실`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을 매각해 풋백옵션 부담을 해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매각과정에서 장부상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 처리문제도 금호그룹이 풀어야할 숙제다. 대우건설은 현재 대한통운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그룹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51%)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따라서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이 지분을 매입해야할 필요가 있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매각 외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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