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엔 제거대상 1호, 팔레스타인엔 영웅...신출귀몰 하마스 수장[글로벌스트롱맨]

이스라엘 기습 주도한 하마스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
로켓포·터널 침투 앞세운 하마스 전술 개발
이스라엘 7회 이상 데이프 제거 시도
데이프, 목숨 건졌지만 한쪽 눈 잃어
  • 등록 2023-10-14 오전 11:00:00

    수정 2023-11-10 오후 2:03:11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무함마드 데이프.(사진=X 캡처,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 7일(현지시간) 한 사내가 하마스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 윤곽만 드러낸 남자는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에 대해 “오늘은(이스라엘의) 점령 종식을 위한 대혁명의 날”이라고 말했다. “무자헤딘(전사)들이여, 오늘이 이 죄인(이스라엘)에게 그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깨닫게 할 날이다”고도 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무함마드 데이프, 하마스의 핵심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최고사령관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은 기습 공격한 지난 7일(현지시간) 알카삼 여단 최고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가 연설하고 있다.(사진=X 캡처)


로이터 등 외신은 데이프가 2021년부터 이번 전쟁 준비를 주도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전쟁 발발 전까지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군사적 성과보단 경제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 역시 데이프가 계획한 속임수였다. 하마스 대변인인 가지 하마드는 “이제 모두가 최근 공격을 주도한 무함마드 데이프를 존경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난민촌서 태어나 하마스 창립서부터 활동

“그는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는 그림자 속에 있는 사람이다.” 하마스 내 데이프의 측근은 데이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 데이프는 베일 속에 감춰져 있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언론과 대중에 공개된 사진도 세 장에 불과하다. 데이프의 본명은 무함마드 알 마스리로 알려졌지만 이마저 불분명하다. 지금의 데이프란 이름은 아랍어로 ‘손님’이란 뜻으로 이스라엘군 추격을 피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하루 이상 묵지 않는다는 데서 따왔다.

데이프는 1965년 가자지구 칸 유니스 캠프에서 태어났다. 칸 유니스 캠프는 제1차 중동전쟁(이스라엘 독립전쟁)으로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해 세워진 난민촌으로 1956년 이스라엘군에 의한 학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데이프의 아버지나 삼촌이 1950년대 이스라엘을 겨냥한 군사작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가자 이슬람대학에서 물리학과 화학·생물학을 공부한 데이프는 무슬림형제단 인사들과 교류하며 이슬람 근본주의를 받아들이게 됐다. 1987년 제1차 인티파다(이스라엘 반대 민중봉기)를 계기로 무슬림형제단 팔레스타인 지부를 모체로 하마스가 설립되자 데이프도 여기에 참여했다.

이후 데이프는 하마스와 역사를 같이한다. 특히 1990년대 자살 폭탄 테러를 주도하며 이스라엘에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2002년 알카삼 여단 최고사령관에 임명된 그는 로켓포와 터널 침투를 앞세운 지금의 하마스의 주력 전술을 개발했다. 하마스는 이번 전쟁에서도 로켓포 수천발을 쏘며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무함마드 데이프.(사진=연합뉴스)


숱한 제거 시도에도 살아난 ‘고양이’

이스라엘에 데이프는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은 지금까지 7차례 이상 데이프를 제거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두 무위로 끝났다. 이 때문에 데이프는 ‘불사조’, ‘9개 목숨을 가진 고양이’란 별명도 얻었다.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한 데이프는 변장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건 물론 다른 사람이 전자기기를 갖고 다가오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전직 하마스 간부인 이마드 팔루지는 워싱턴포스트에 “데이프는 매우 조용하다. 그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숨어 살고 있다. 그는 다른 여권과 신분을 갖고 산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은 사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프는 지하 터널에 은신하며 전쟁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데이프는 2014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아내와 아들을 앞세운 데 이어 이번 전쟁에서도 형을 잃었다. 그 자신도 2002년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로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 일부를 절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스라엘군 전직 장성은 “사람들은 데이프가 다신 지도자나, 전략가로 활동하지 못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회복했다”고 BBC에 말했다.

2014년 하마스 지지자들이 무함마드 데이프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AFP)


팔레스타인 청년서 영향력 1위 차지하기도

사치 행각으로 비판을 받는 입길에 오르내리는 다른 하마스 고위간부와 달리 데이프는 소박한 생활로 인기가 좋다. 투쟁 활동 외엔 권력 욕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가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2021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데이프는 팔레스타인 청년(15~35세)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65.9%)로도 꼽혔다. 전문가들은 2년간 준비해 온 이번 전쟁에 데이프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었다면 보안 유지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데이프는 어떻게 될까. 베로나안보연구인터내셔널팀의 옴리 브리너는 “팔레스타인 저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이번 작전으로 그의 유산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프랑스24 방송에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 군사정보부 출신인 요시 쿠페르바세르는 “장기적으로 보면 그의 계산은 틀렸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보여줬다”고 WSJ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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