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라면 끓이고 윷놀이까지…국악관현악의 '파격 변신'

국립국악관현악단 '2022 3분 관현악' 30일 무대
창작음악 축제 '이음 음악제' 프로그램
신진 작곡가 10인 참여, 개성 담은 신곡 발표
MZ세대 관객도 부담 없이 들을 창작곡 선보여
  • 등록 2022-09-02 오전 8:44:20

    수정 2022-09-02 오전 9:21:5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3분 관현악’이라고 하니 카레, 햇반 등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라면이 요즘 세대가 즐기는 짧고 굵은 콘텐츠와 잘 맞는 것 같아 라면을 생각하며 곡을 썼습니다.” (작곡가 이재준)

무대 위에서 라면을 끓이고, 윷놀이 결과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이색 국악 공연이 오는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창작음악 축제 ‘이음 음악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2022 3분 관현악’이다.

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내 연습실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지휘자 박천지가 ‘이음 음악제’ 중 ‘2022 3분 관현악’의 주요곡을 연습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MZ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곡가 10인이 이번 무대를 위해 각자의 개성을 3~5분 분량으로 담아낸 국악관현악곡을 준비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곡은 ‘신(辛)라면 협주곡-라면’이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의 이재준 작곡가의 곡이다.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내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습실에서 만난 이 작곡가는 “젊은 작곡가로서 관현악곡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큰 영광이었고, 평소 선호하는 음악을 표현하기 좋은 플랫폼이라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날 연습에서 미리 감상한 ‘신라면 협주곡-라면’은 라면을 끓이는 과정을 국악기로 절묘하게 표현해 인상적이었다. 물이 끓기까지의 과정은 북과 피리의 긴박한 연주로 담았고, 이어 느린 템포로 이어지는 국악기의 하모니로 라면이 익어가기까지의 기다림을 표현했다. 곡 말미에는 익숙한 라면 로고송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공연에선 라면을 끓이는 순간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곡가와 절친한 가야금 연주자 박소희가 ‘라면 퍼포머’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함께 오른다. 이 작곡가는 “라면 자체를 악기라고 생각하며 곡을 써서 이러한 퍼포먼스를 함께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내 연습실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지휘자 박천지가 ‘이음 음악제’ 중 ‘2022 3분 관현악’의 주요곡을 연습하고 있다. 이재준 작곡가가 자신의 곡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윷놀이 결과에 따라 즉흥적으로 곡의 내용이 결정되는 곡도 만날 수 있다. 작곡가 손일훈의 ‘윷놀이-모 아니면 도’다. 윷의 역할을 맡는 이는 피리 연주자 4명. 윷의 결과는 공연에서 이들이 일어서느냐 앉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그 경우의 수에 따라 다음에 연주할 악곡의 마디가 정해진다.

서양음악을 전공한 손 작곡가는 게임의 ‘알고리즘’을 음악과 접목하는 ‘음악적 유희’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국악관현악 작곡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작곡가는 “연주자에게도 흥미를 불러올 수 있고, 관객 또한 음악의 규칙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 계속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3분 관현악’은 MZ세대를 겨냥한 공연이다. 10~15분 길이로 다소 부담스러운 국악관현악을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 관객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해 2019년 처음 선보였다.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작곡가를 발굴하는 의미도 함께 담았다. 3년 만에 돌아온 이번 두 번째 ‘3분 관현악’에는 작곡가 강한뫼, 공혜린, ,백유미, 엄기환, 지성민, 채지혜, 최한별, 홍민웅도 함께 한다. 국악 전공자 5명, 서양음악 전공자 5명으로 구성해 지난 공연과 차별점을 뒀다.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2019년 ‘3분 관현악’으로 발굴한 곡들은 이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레퍼토리 공연으로도 꾸준히 연주하고 있다”며 “추후에는 외국인 작곡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3분 관현악’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창작음악 축제 ‘이음 음악제’를 개최한다. 4명의 지휘자, 24명의 작곡가, 280여 명의 연주자가 선보이는 국악관현악 축제다. 22일 ‘비비드: 음악의 채도’, 25일 ‘2022 오케스트라 이음’, 26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30일 ‘2022 3분 관현악’ 순으로 공연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이음 음악제’ 중 ‘2022 3분 관현악’에 참여하는 작곡가 홍민웅(왼쪽부터), 이재준, 최한별, 손일훈.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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