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도지코인 채굴, 제가 해봤습니다

일반 사무용 PC로는 직접 채굴, 속도 면에서 불리
도지코인 가격이 오른다면 모를까, 채굴 효용성↓
'쓸모없는' 코인 가격 폭등 이유, 살펴봐야
금융 시스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코인에 투영
  • 등록 2021-05-08 오전 11:00:00

    수정 2021-05-08 오후 9:51:03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도지(DOGE) 코인이 화제입니다. 100년뒤 21세기 기인으로 역사책에 기록될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이후 매일 가격이 출렁입니다. 전통적인 금융업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자산인 것이지요.

일론 머스크와 도지코인 (이미지 : 위키피디아)
채굴을 해서 코인을 모으면 삼겹살 한 근 정도 사 먹을 수 있을까요? 코인 투자를 애써 외면해왔지만 이번에는 코인 채굴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 이미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됐지만 도지코인은 가격 면이나 발행량 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코인 채굴 전 ‘코인 지갑’부터 만들어야

코인을 채굴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게 있습니다. 채굴한 코인을 보관할 지갑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지갑을 전자지갑이라고도 부르는데 크게는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PC가 있고 모바일이 있고 웹(온라인)이 있습니다. 아예 QR코드를 종이에 새겨 놓는 종이지갑도 있습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편의상 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지갑 서비스를 쓰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거래소는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면서 전자지갑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다만 나의 소중한 자산이 보관되기 때문에 거래소 선택은 신중해야 합니다.

왜냐, 거래소가 망할 수 있어서 입니다. 초창기 한 비트코인 투자자는 10군데의 거래소에 비트코인을 나눠 보관했다고 합니다. 이중 5곳이 현재 없다고 하네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렇게 잃은 비트코인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거래소를 선택해야할까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은행실명계좌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를 이용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들 거래소는 은행의 깐깐한 제휴 심사를 통과한 업체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이차저차 해서 인터넷은행에 처음으로 가입했고, 그 은행의 은행실명계좌인증 서비스를 해주는 모 거래소에 가입을 했습니다. 인터넷은행에 가입한 것은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거래소 홈페이지가 쫙~ 펼쳐집니다. 이제부터는 도지코인 지갑을 만들어야죠. 코인 지갑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입금 계좌 버튼을 누르니 큐알코드와 함께 암호문 같은 지갑 주소가 나왔습니다. 이제 채굴을 하면 지갑으로 채굴된 도지코인이 전송이 됩니다.

모 거래소의 도지코인 지갑 url 화면
이 즈음에서 채굴이란 작업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봅시다.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컴퓨터가 ‘열나게’ 암호를 풀면 그 대가로 코인이 주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블록이 형성됩니다. 이 블록은 앞 블록과 뒷 블록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 블록은 쉽게 생각해 ‘장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 개가 아니라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장부가 동시에 생기고 똑같은 기록이 남는 것입니다. 거기에 거래 기록 등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따라서 채굴이란 말은 달리 말하면 암호화폐를 유지하기 위해 내 컴퓨터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쉽게 개념적으로 봤을 때 말입니다.

첫 채굴 시도, 실패..그리고

도지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PC에 깔고, 실행파일에 거래소에 있는 도지코인 지갑 주소를 기재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야심차게 채굴 버튼을 누르는 순간 ‘CMD’창이 떴습니다. 자세히 읽어보니 ‘제 컴퓨터의 GPU 성능이 한참 달려서 채굴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구글 검색을 해보고 웬만한 PC로는 채굴을 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채굴에 적합한 GPU를 찾을 수 없다고 뜬 CMD창 (화면 캡처)
채굴에 사용했던 PC는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나눠준 노트북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업무에 쓰라고 지급한 건데 사장님 보시기 불경스럽게도(?) 암호화폐 채굴에 나섰던 것이지요.

이건 다른 직장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회사에서 막강한 성능의 GPU를 단 PC를 지급할 일이 없을 것이니까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알아보다가 CPU만으로도 채굴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전문채굴사이트의 프로그램을 돌리는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사이트는 기본 1% 수수료를 떼어가지만, GPU 뿐만 아니라 CPU로도 채굴을 할 수 있게끔 해줍니다. 일종의 채굴 대행 사이트로 이해가 됩니다.

(좀더 정확히는 이 사이트가 채굴을 하고 내 컴퓨터는 내부 자원을 제공해주는 ‘간접 채굴’이라면 맞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PC로는 직접 채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채굴 초보자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입니다. 체감상 ‘채굴’이란 개념에 가까워 ‘채굴했다’로 하겠습니다.)

GPU와 CPU 등 선택할 수 있게 한 화면
프로그램을 깔고 드디어 사장님이 지급해준 노트북에서 채굴 프로그램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젠 저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을까요? 직접 코인을 사면 손실의 위험이 있지만, 채굴은 전기세와 시간에 대한 비용만 들뿐 손실에 대한 위험이 적습니다.

소가 가는지, 리어카가 가는지..느린 속도

CPU를 통한 채굴은 속도 면에서 고성능 GPU에 한참 뒤처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연산 속도 면에서 굉장히 불리했던 것입니다. GPU 채굴이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이라면 CPU 채굴은 거의 기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컴퓨터의 남는 자원으로 코인 채굴이나 해봐야겠다라는 생각도 낭만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여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 채굴 프로그램을 깔고 돌린다는 것 자체가 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CPU 팬 돌아가는 속도는 24시간 내내 울리는데, 코인 채굴은 쥐꼬리에도 못 미쳤습니다. 만약 회사에서 지급받은 컴퓨터로 채굴을 한다고 했을 때 상사한테 걸려 혼날 리스크를 헤지(hedge)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채굴 프로그램을 24시간을 돌린 결과
업무를 하면서 24시간을 돌려본 결과, 0.017도지코인이 모였습니다. 7일 기준 도지코인 가격이 600원 정도였으니, 딱 10.2원 벌었습니다.

게다가 30도지코인이 모여야 인출이 가능합니다. 30도지 코인이 1만8000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5년 정도 채굴해야 도지코인 인출이 가능합니다. 차라리 하나 사고 말지요.

괜찮은 GPU를 사용해서 채굴하는 경우는 이것보다 났다고 합니다. 한 유튜버는 ‘한 달 정도 채굴해 삼겹살 사 먹을 정도 모았다’고까지 했습니다. 지금도 폭등했다고 평가받는 도지코인의 가격이 더 오르지 않으면, 구태여 본인의 컴퓨터를 희생시켜가며 채굴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도지코인의 미래? 비트코인까지 갈까?

도지코인이 비트코인처럼 뜰까요? 어떤 자산의 가격이 높다랗게 올라가려면, ‘희귀성의 원칙’이 작용해야 합니다. 갖고 싶은 사람들은 많아 경쟁이 치열해야한다는 뜻입니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올라갑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 (인베스팅닷컴)
비트코인은 앞으로 100년간 2100만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화폐로서의 통용 가치보다는 금과 같은 자산 가치가 더 높습니다. 반면 도지코인은 풀린 숫자도 많고 시가총액도 여느 글로벌 기업 못지 않게 높습니다. 더 오를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도지코인이 어떤 효용성을 가질지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보통 코인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정당성과 이유가 붙어야 하는데, 도지코인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다른 코인)들이 처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존재 이유를 스스로 내놓지 못하는 코인이 대부분이니까요.

비트코인이 나온 이유는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데 있습니다. 소수 자본가의 탐욕으로 세계 경제가 망가졌는데 그들은 처벌은 커녕 더 많은 부를 축적했던 것이지요. 이런 금융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에서 비트코인 정신이 비롯됐습니다.

코인 투자 열기를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할 이유

암호화폐가 쓸모가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꽤 쏠쏠하게 쓰이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남미 국가 등에서 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같은 극강의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발행한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을 때 발생합니다.이런 나라의 화폐 대용품으로 봐야하는 것이지요.

사진 : 모션엘리먼츠
지금의 암호화폐 열풍은 정부가 보증한 화폐와 지금껏 통용된 자산에 대한 불신감과 맞닿아 있습니다. 시중에 너무나 많은 돈이 풀려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정부의 화폐가 신뢰를 잃고 땅에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코인 투자 열풍을 단순히 ‘젊은이들의 투기’로만 본다면, 우리 사회는 아무런 교훈을 얻을 수 없습니다. 현 금융 체계와 정부, 불확실한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각 코인의 가격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분명한 것은 우리의 통화 시스템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록 코인의 가격은 올라 갈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폭등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