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축제중]③ 이름모를 축제에도 혈세 '펑펑'

-돈 먹는 축제
예산 3275억원 중 75% 국고 의존
판박이에 관람객 외면...90%가 실패
지역축제 관광객 산출 방법 제각각
문체부 국감 "숫자 부풀리기 심각"
  • 등록 2016-11-01 오전 6:07:00

    수정 2016-11-01 오전 8:05:08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693개. 올 한해 전국서 열리는 공식적인 대규모 축제 수다. 비공식적으로는 2000개가 넘는다지만 이 중 이름이 알려진 축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상당수의 축제가 전시 홍보성 일회용 이벤트나 지자체장의 치적쌓기용으로 진행하기 때문. 이로 인해 주민마저 외면하거나 관람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국민의 혈세에 손을 벌려 연명하는 축제가 수두룩하다. 적자·방만 운영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치적인 이유로 잘나가던 축제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적잖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 과천시의 거리극축제다. 마당극·야외극 등 다양한 거리예술행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면서 2008년과 2011~2013년 경기대표축제 10선, 201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신계용 과천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과천거리극축제에 들어가는 방대한 예산을 줄이고 한국마사회와 연계해 새로운 축제를 만들겠다”는 말 한마디로 18년 명맥을 유지하며 명성을 이어가던 이 축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성공축제로 자리매김하던 함평나비축제도 정치적인 이유로 규모가 급격히 축소됐다.

◇축제예산 3275억 중 75% 국고의존

세금만 축내는 축제도 수두룩하다. 2015년 지자체 축제 예산은 3275억원으로 지역축제 예산의 평균 75% 이상이 국고나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성공사례는 10% 정도다.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콘텐츠 개발에 실패했고 마케팅 전술도 없어 ‘동네잔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지자체는 유사한 지역축제를 무분별하게 개최해 예산낭비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가령 경북 봉화군과 울진군은 매년 송이수확기인 9월 하순부터 각각 별도의 송이축제를 연다. 1997년부터 시작한 ‘봉화송이축제’를 따라 울진군이 2000년부터 비슷한 행사를 시작하면서 차별성 없는 행사가 돼 버렸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경쟁적으로 지자체가 덤벼드는 지역축제가 예산낭비뿐 아니라 지자체와 축제의 이미지를 실추한다”이면서 “지역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낭비성·전시성 짙은 군소축제는 통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차별 유료화도 갈등 빚어

지역축제의 잇따른 유료화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얼마 전 막을 내린 경남 진주의 대표축제인 ‘남강유등축제’는 최근 유료화로 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축제를 주관하는 진주예술단은 지난해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관람객에게 1인당 입장료 1만원을 받았다. 또 유등을 띄우는 남강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마다 가림막(펜스)을 세워 놓고 입장객을 통제했다. 돈을 내지 않으면 축제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산불꽃축제도 유료화 논란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광안리 백사장에 유료 좌석을 채우기로 하면서다. 지자체의 잇따른 축제유료화 정책은 축제지원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남강유등축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5억원의 지원금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일몰제 적용으로 정부지원금이 2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재정자립도가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유료화에 걸맞은 축제의 질적 향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람객 숫자 부풀리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선 전국 44개 지역축제를 찾은 관광객 수가 전체 인구의 43.4%인 2234만명에 달하는 것이 허수라고 지적했다. 한국 총인구가 5148만명(2015년 9월 기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축제 관광객 산출 방법도 제각각. 조사대상인 44개의 축제 중 단 14개의 지역축제만이 주요 출입구마다 실측원을 두고 직접 관광객 수를 카운팅했다. 나머지 17개 축제장은 주차장 주차대수에 회전율을 곱하거나 행사장의 면적을 고려해 관광객을 산출했고 또 나머지 13개 지역축제는 인근 톨게이트 통과 차량 수 등으로 관광객을 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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