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영국계 금융그룹 바클레이즈의 라이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파문으로 글로벌 금융권이 떠들썩한 가운데 경쟁사이자 세계적인 금융그룹 중 하나인 HSBC도 돈세탁 방조 혐의를 받으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비난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미 내부적으로 이런 경고의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상원 조사위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HSBC는 잘못된 운영방식에 대한 경고를 수년간 무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를 보면 HSBC의 일부 관계자들은 회사 내에 수익 좇기에만 혈안이 된 위험한 조직문화가 만연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회사 측은 조직문화를 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주 조금밖에 기울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HSBC의 위험한 사업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HSBC는 대표적 조세 피난처인 케이만군도에 지점을 갖고 있다. 이 지점은 사무실도 없고 일하는 직원도 없는 유령회사 형태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기준 5만개의 고객 계좌와 210억달러의 예금이 예치돼 있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자금을 HSBC가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HSBC가 소유한 멕시코 은행의 경우 돈세탁 관련 혐의의 중심에 있다. 이 은행은 현재 환전 업무를 활발히 벌이고 있는데, 현지 마약 카르텔의 돈세탁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타 은행들이 비슷한 의혹을 받고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데 반해 HSBC는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했다.
현재 미 상원 조사위와 법무부는 HSBC 북미지역 법인이 돈세탁과 관련됐다는 혐의를 잡고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HSBC는 과실을 시인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튜어트 걸리버 HSBC CEO의 발언을 빌려 HSBC가 앞으로 몇 달간 미 관계 당국의 추가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최대 10억달러의 벌금을 내리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