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오픈채팅방 성착취물 공유 안되요”…검열은 아니지만

지난 10일 N번방 방지법 시행
카카오 오픈채팅방, 네이버 공개 블로그 등 공개 정보만 대상
카카오 일반채팅, 이메일, 비공개 블로그 등은 아냐
사후 필터링 프로그램 이용..사전 검열이라 보기 어려워
텔레그램 규제 어려운 건 사실, 필터링 기술 고도화 숙제도
  • 등록 2021-12-12 오전 11:06:34

    수정 2021-12-12 오후 9:24:2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불법촬영물등 기술적 식별 조치인 ‘DNA 필터링’에 대한 설명(출처: 네이버)


카카오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공개 블로그에서 성폭력범죄처벌 특별법상 ‘불법 촬영물’과 ‘불법 편집물’, ‘아동·청소년용 음란물’을 올리면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되자 검열 아닌가, 실효성이 적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 논란이다.

이 법(전기통신사업법)은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인 n번방, 박사방 등을 통해 불법 성착취물이 유통되면서 여성단체들의 입법 촉구 이후 만들어졌다. 박사방의 경우 피해 여성 74명 중 16명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는 어떻게 이뤄질까. 이데일리 취재 결과 검열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실효성과 정확성은 부족해 개선해야 할 지점은 있다.

공개된 정보만 대상, 사후 필터링 프로그램 이용

검열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대상과 방식 때문이다. 법의 대상은 카카오 오픈채팅방, 네이버 공개 블로그나 카페가 대상이다. 법안에 ‘명백하게 일반인에게 공개돼 있는 정보만을 대상‘으로 하게 돼 있다.

즉 카카오의 일반 채팅, 1:1 오픈채팅. 이메일, 개인 메모장, 비공개 카페 및 블로그, 클라우드, 메신저 일반은 대상이 아니다.

사전에 내가 올리려는 정보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콘텐츠 등록 이후 ‘불법 촬영물 등 특징정보 DB’와 비교해 식별 결과가 일치하면 제한된다. 이때 인터넷 기업이 특징정보 비교를 요청하는 방식은 자체 AI필터링을 통한 정보일 수도, 이용자의 신고·삭제 요청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N번방 방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적었지만,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방심위가 심의한 불법촬영물의 재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필터링 프로그램에 의한 기계적 차단일 뿐 사전 검열은 아니”라고 비판했다.

텔레그램 등 외국 플랫폼 쉽지 않은 건 사실

검열은 아니라도 N번방을 개설됐던 텔레그램 같은 외국 사업자 메신저는 통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준석 대표는 “텔레그램 등에는 적용이 어려워 결국 실효성이 떨어진다.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적용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법에는 ‘역외규정’이 포함돼 좀 더 적극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반박했다.

즉,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과 체결된 ‘국제형사사법공조조약’ 등을 토대로 해당국과 좀 더 긴밀하게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서라도 법의 명문화된 규정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고양이 동영상을 올리자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중”이라는 문구가 떠있다. (출처: 뽐뿌)


필터링 기술 고도화 숙제도


뽐뿌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소위 N번방 방지법 시행 이후 ‘불법 촬영물’, ‘불법 편집물’, ‘아동·청소년용 음란물’이 아닌데도 차단되는 정보들이 있다는 비판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성인물 자료는 검토 문구가 안 뜨는데, 고양이 동영상을 공유했더니 검토 문구가 떴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전 6개월의 계도 기간이 있었지만 적용이 시작되니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면서 “AI 기반 영상·이미지 필터링 기술을 쓰는데 불법촬영물인지 판별하는 특징 정보 DB와 정합성을 판단하는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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