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지', 화상 아픔 극복한 사연…화장품 종주국 美도 '감동'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 화상 아픔 극복하고 피부과 전문의 활동
피부과학 알리기 위해 기능성화장품 추진, '뷰티' 종주국 美시장 진출
"피부과학을 통해 전 세계인 피부건강 진지하게 고민할 터"
  • 등록 2017-09-14 오전 6:05:00

    수정 2017-09-14 오전 6:05:00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어릴 적 화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글로벌 ‘뷰티’ 전도사로 거듭났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운영하는 더모코스메틱(기능성화장품) 브랜드 ‘닥터지’(Dr.G)가 ‘닥터지 필링젤’을 비롯해 ‘닥터지 미스트’ 등 화장품 제품군을 최근 미국 ‘월그린’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월그린은 100년 이상 전통을 가진 약국 체인으로 시카고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만3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 방문객은 일평균 500만명에 달한다.

닥터지는 지난해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월마트, 아마존에 입점한데 이어 이번에 월그린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국내 중소기업으로선 드물게 화장품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다. 닥터지가 미국 현지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이 회사 창업자인 안건영 대표의 ‘라이프스토리’ 덕분이었다.

안 대표는 어린 시절 갑작스런 사고로 얼굴 한쪽에 큰 화상을 입었다.병원에 입원한 그는 그곳에서 외적인 상처보다 더 큰 내적인 아픔을 겪게 된다. 의사들이 마치 실험대상을 바라보듯 한 냉소적인 눈빛, 또 의료기기를 비롯한 병원 내 차가운 환경 때문이었다.

안 대표는 결국 내적·외적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학업에 매진, 중앙대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 피부과 전문의 길을 걷게 된다. 의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1998년에 ‘환자도 고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내 첫 프랜차이즈 피부과병원인 고운세상피부과를 개원하기에 이른다.

안 대표는 의사로서 피부과 진료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처럼 피부고민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지난 2000년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창업하고 기능성화장품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3년에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닥터지를 공식 출시하고 피부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닥터지는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비비크림 등 제품이 홍콩과 중국 등 전 세계 각지로 팔려나갔다. 현재 닥터지가 수출되는 지역은 총 20개국이 넘는다. 닥터지는 홍콩에서 2007년 이후 비비크림 분야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된다. 노드스트롬으로부터 제품 공급 요청이 온 것. 노드스트롬은 판매하지도 않는 자동차 타이어를 환불해달라는 고객의 억지 요청에도 기꺼이 응하면서 유명해진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이다. 뷰티와 패션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노드스트롬에 입점하길 원한다. 하지만 노드스트롬 측이 제시하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입점은 수월치 않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K뷰티’를 주도하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 중 아모레퍼시픽만이 유일하게 입점했다.

안 대표는 노드스트롬과 본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노드스트롬 측이 “안 대표의 남다른 라이프스토리가 인상 깊어 입점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는 것. 안 대표가 화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한 후 현재 다른 이들이 겪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연을 전해들은 노드스트롬 임원들이 모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닥터지는 진입 장벽이 높은, 상징적인 의미의 노드스트롬 입점 후 월마트, 아마존, 그리고 이번에 월그린 등 미국 현지에서의 거래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 하반기 중 트리니티백화점 입점도 앞두고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닥터지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되면서 올해 지난해보다 50% 정도 성장한 3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해 최근 실적 악화 일로에 있는 화장품 대기업들과 비교되는 행보다.

안 대표는 “과학적인 피부타입 분류법을 ‘마이 스킨 멘토’(My Skin Mentor) 서비스를 통해 최근 소비자들에 제공하는 등 다른 화장품 브랜드에서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단순히 실적 성장만을 보지 않고 피부과학을 통해 전 세계인의 피부건강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회사의 모습을 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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