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의 민낯 '운동장서 화재진압 훈련·실전이 훈련인 구급대원'

소방학교 9곳 중 '실화재 훈련장' 1곳뿐
소방학교 7곳 '응급구조사 2급' 신입교육 없어
"지자체, 도로포장에 예산 쏟고 소방교육 투자엔 인색"
전문가 "소방교육=공공서비스 투자, 국회·정부 나서야"
  • 등록 2015-11-25 오전 7:00:00

    수정 2015-11-25 오전 7:27:04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화재진압 등 생명을 위협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119 소방대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방학교에서는 운동장에서 가상으로 화재 진압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시간에 쫓겨 인명구조를 위한 구급교육은 기본적인 처치방법을 배우는 수준이다.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인해 교육 이수에 필요한 시설과 시간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소방학교들의 하소연이다.

24일 국민안전처·중앙소방학교에 따르면 국내 소방학교 9곳 중 ‘실화재(實火災) 훈련장’을 갖춘 곳은 경기소방학교 1곳에 불과했다. 실화재 훈련장은 내화벽돌을 사용해 지은 건물로 실제로 화재를 일으켜 진압하는 훈련이 가능하다.

이동성 중앙소방학교장은 “실화재 훈련장을 만들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중국으로 소방교육 견학 갈 정도로 우리가 뒤처져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 소방학교에서는 불이 난 것처럼 가정해 운동장 등에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해 소방학교는 항공화재 훈련용으로 보잉 737-700기까지 구입하는 등 사업비 800억 원을 투입해 화재진압 훈련을 실시한다.

(출처=국민안전처, 중앙소방학교)
“운동장서 가상으로 화재진압 훈련”

국내 소방학교는 건립된 지 길게는 29년이나 됐을 정도로 교육시설이 낙후돼 있다. 충청·경북·광주소방학교 전임교수는 각각 1~2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국내 소방학교 전임교수(42명) 한명당 소방공무원(약4만명)이 952명에 달한다. 2017년 공주 신청사로 이전하는 중앙소방학교는 사정이 낫다. 부산소방학교 등 한 해 총예산이 10억원 미만인 지방소방학교들은 시설·인력 투자에 쓸 예산이 없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전용 운동장, 숙소조차 없어 최근에는 소방 교육생들이 교육을 받다가 행정직 교육생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외부로 밀려날 정도”라며 “기본적인 교육시설조차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돈이 들어가는 ‘실화재 훈련장’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심폐소생술, 환자치료 등 구급교육 여건도 열악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소방학교에서는 신입 소방직을 대상으로 9주간 2급 응급구조사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전국 9개 소방학교 중 신입 대상으로 9주짜리 응급구조사 2급 교육을 진행한 곳은 서울·강원소방학교 2곳 뿐이다.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는 “최근 들어 119 출동이 많아져 현장인력난이 심하다 보니 지방소방학교 신입생들을 앞당겨 일선에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부족 탓에 구급교육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얘기다.

부실한 소방교육 시민안전 위협 우려

현장에서는 이 같은 부실교육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지방소방학교 구급교관은 “제대로 된 구급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급환자의 안전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교육단위 당 교육받는 인력을 늘려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전처 119 구급과 관계자는 “강원소방학교에서 내년에 응급구조사 2급 교육 인원을 40명 증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복지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교수, 시설 등 교육역량이 제대로 안 갖춰진 소방학교에 응급구조사 2급 교육 인원을 늘리면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 안팎에서는 소방교육에 대한 시설투자와 예산확충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21년 경력의 한 지자체 소방관은 “중앙정부는 소방 교육에 대한 로드맵조차 없고 지자체는 도로포장은 하면서 소방에 대한 교육투자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실정”이라며 “이제는 정부·국회가 나서서 비정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소방직 99%(3만여명)은 지자체 소속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교육은 공공서비스 중 하나인데도 그동안 투자는 인색했고 문제조차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목숨을 걸고 활동해야 하는 소방직 특수성을 감안해 국민안전처 차원에서 전체적인 교육개편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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