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식에는 왜 김치가 없을까?

아시아나·대다수 외항사, 김치 제공 中
대한항공 "우린 국적기 아닌 글로벌 항공사 지향"
  • 등록 2011-09-13 오후 1:38:03

    수정 2011-09-13 오후 1:38:03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최근 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김형문씨(34)는 돌아오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 서비스를 받다 깜짝 놀랐다. 느끼한 속을 달래기 위해 김치를 찾았지만 없었던 것. 서비스를 맡은 스튜어디스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는 인천~파리 구간은 에어프랑스를 이용했다. 에어프랑스에서는 김치가 제공됐던만큼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외국인 친구도 있었는데 서비스했다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측에 김치를 서비스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관련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김치 제공 불가 원칙을 고수한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측은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사를 지향한다"면서 "한국사람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외국 사람도 탑승하기 때문에 김치를 탑재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김치를 공급 중에 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 항공사들이 김치를 기내 서비스에 포함시키고 있다. 델타와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미주와 유럽권 항공사, 중동권인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한국 노선엔 김치를 서비스한다.

항공업 초창기엔 김치 특유의 냄새 때문에 서비스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아시아나항공만해도 1995년경에야 처음으로 김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김치 냄새를 기피한다"면서 "당연히 김치를 서비스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환풍 시설이 예전보다 좋아졌고, 무엇보다 김치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면서 "에어프랑스의 경우 농협 김치를 제공하는데 한국인 입맛에 맞는 김치를 프랑스 사람들이 정말 잘 먹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적기라면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 서기 위해서라도 김치를 공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오너의 취향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을 맡는 조현아 전무나 조양호 회장이 오랜 외국 생활의 영향으로 은연 중에 김치를 기피한다는 것. 한 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에도 김치를 안 넣었던 전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6월1일부터 연어 샐러드와 국수를 서비스하는 등 저칼로리 위주의 기내식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문은 상반기 총매출액 923억7900만원, 영업이익 89억94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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