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 스마트폰, '판매'보다 '품질'부터 챙겨야

`옵티머스 마하` S/W 버그..'품질경영' 드라이브에 제동
LG전자, 대응책 부심
  • 등록 2011-01-14 오전 8:25:37

    수정 2011-01-14 오후 2:56:16

[이데일리 서영지 기자] LG전자(066570)는 지난 13일 구본준 부회장의 지시로 전 세계 모든 해외법인에 구인회 창업주의 `품질 경영 어록`을 전파했다고 알렸다.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있다면 다른 아흔 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이달 초 멕시코 레이노사법인을 방문했던 구 부회장이 우연히 발견한 구 창업회장의 어록이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줄곧 품질 경영을 강조한 구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 부회장은 현지시간으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기본적으로 제조 회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 아닌 연구개발(R&D), 품질 등 생산에 관련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구 부회장이 품질을 강조하는 덕에 시장에서 품질 문제가 생기면 하나하나 직접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역풍을 맞았다. 애플의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전쟁에서 선두그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덜 늦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로 승승장구 할 때, 제대로 된 전략폰을 내놓지 못했던 LG전자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말 출시된 스마트폰 `옵티머스 마하`는 LG전자가 절치부심끝에 내놓은 '기대주'였다. 빠른 실행 속도를 강조하기 위해 비행기나 미사일의 속력을 표시하는 단위 `마하`를 붙였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옵티머스 마하를 계기로 LG전자가 반격에 나서는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끝날 줄을 모른다. 안드로이드 공식사용자 모임 인터넷 카페의 한 회원은 "속도를 자랑하는 마하가 켜지는 시간이 총 1분 50초 걸렸습니다. 그리고 완전 초기화가 되어버렸네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배터리를 분리하면 사용자 데이터가 초기화되는 현상뿐만이 아니라 단말기가 미개통 상태로 전환되는 버그가 발생한 것. 결국 LG전자는 출시한 지 3주도 채 되지 않아 옵티머스 마하의 공급을 중단했다.

상처받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사후 서비스다.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회사에서 최대한 성의껏 처리해줬다는 판단이 서면 소비자들도 이내 너그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LG전자는 사후 서비스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

"주력폰 하나 없이 사후지원도 안 해줄 폰 무더기로 쏟아 붓고 대박집과 쪽박집의 차이를 배우세요. 사후관리도 안할 폰 그만 찍어내고 옵젯(옵티머스Z) 옵큐(옵티머스Q) 안원(안드로-1)이나 업데이트 하란 말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버전의 업데이트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계속해서 미뤄지자 LG전자 트위터 등에 쏟아지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LG전자에서 지난해 3월 구글 안드로이드 OS 1.5 버전을 달고 출시했던 안드로-1은 지난해 5월 1.6 버전으로 한 차례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LG전자는 안드로이드 2.1버전(이클레어)도 건너뛰고 12월 초까지 2.2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켜줄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12월17일 계획을 취소했다.   LG전자는 "업그레이드를 할 때 기존 데이터가 삭제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기를 한 달 정도 늦췄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확한 업그레이드 시기를 공지하지는 않았다.

LG전자는 옵티머스 마하를 공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달 초 `옵티머스 2X`, `옵티머스 블랙` 등 신제품을 내놓기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5월 구글 안드로이드 OS 2.2버전인 프로요가 나온 이후로 한 번도 업그레이드를 받지 못한 안드로-1 사용자들이 LG전자의 이같은 사후 서비스에 불만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새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욕심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을 정성껏 모시는 것이 신뢰회복의 기본이다. 그동안 LG를 아꼈던 소비자들의 마음이 더 달아나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라는 구 창업회장의 어록이 더욱 와 닿는 이유는 LG전자 스마트폰이 남긴 품질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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