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던 책읽기 함께 해요"...독자와 소통나선 작가·출판사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최근 미루던 책 읽기에 나섰다. 평소 좋아하던 소설가 김영하가 SNS를 통해서 독서회 ‘김영하 북클럽’을 운영하면서다. 독서회라고 하지만 특별한 가입비, 절차도 없다. 김 작가가 한 달에 한 번 추천한 책을 읽고 SNS에 ‘김영하 북클럽’ 해시태그와 함께 소감을 남기면 된다. 박씨는 “좋아하던 작가가 소개하는 책이니 더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같이 읽는 분들이 많으니 자극도 되고 꼭 마무리 지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영하 작가(사진=연합뉴스)

유명 작가·출판사들이 독자들과 직접 책을 통해 소통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독서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독서습관이 갖춰지지 않아 혼자서는 책 한권도 끝까지 읽기 어렵다는 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특히 다른 작가, 출판사에서 쓴 책도 추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히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독자들과 함께 진정한 소통을 하려 한다는 의도가 부각되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유명한 김영하 작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김영하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17일 기준 SNS에 ‘김영하북클럽’ 해시태그를 단 책 후기 글은 1000건이 훌쩍 넘는다. 김영하가 지금껏 추천한 ‘완벽한 아이’(복복서가), ‘자기결정’(은행나무),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는 모두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완벽한 아이’를 소개한 첫 라이브 방송은 2000여 명이 실시간 시청했고, 이후 올라온 편집본은 4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며 이름을 알린 김금희 작가도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 북클럽 ‘김금희 책보람’을 시작했다. 첫 소개 책은 고(故) 박완서 작가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웅진지식하우스)다. 100여명이 시청한 방송에서 김 작가는 단순히 책 내용뿐 아니라 박완서 작가가 사망 이틀 전에 쓴 일기장을 보여주면서 느낀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출판사 및 독서 플랫폼에서도 독자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출판사 창비는 지난 8일 독서 체험 플랫폼 ‘스위치’를 론칭했다. 창비 관계자에 따르면 스위치는 론칭 2주도 안되서 가입자 수 3000명을 돌파했다. 스위치는 콘텐츠 연재와 온라인 독서모임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로, 독자들은 플랫폼에서 시, 소설, 산문, 칼럼, 만화 등 다양한 작품들을 요일별로 만날 수 있다. ‘클럽 창작과비평’과 ‘북클럽 필라멘트’를 통해서는 읽은 글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고, 합평회 등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창비 관계자는 “작가와 독자의 소통 공간을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확대시키고자 했다”며 “주제별 독서모임 지원 등 독서공동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현재 나와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다른 회원이 누가 있으며, 몇 명이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독서기록 플랫폼 ‘리더스’는 앱내에서 회원들끼리 ‘독서 인증샷’을 공유하고 서로 ‘팔로(follow)’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창비에서 지난 8일 론칭한 종합 독서 체험 플랫폼 ‘스위치’(사진=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