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검찰이 차명계좌를 빌미로 수사의 범위를 회사 전체로 확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수사가 확대될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 "회장님 상속재산이다" 해명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께 한화증권 차명계좌 5개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한 달 가량 내사를 벌이다 사건을 서부지방검찰청으로 넘겼다. 검찰은 현재 한화그룹 측이 이 계좌로 거액의 자금을 조성해 김승연 회장과 친인척들에게 전달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추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달 초 검찰이 한화증권의 비자금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한화그룹은 "휴면계좌로 비자금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해당 계좌가 김승연 회장의 자금인 것은 시인했다.
한화그룹 측은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자금에 대해 "김 회장 개인 소유로 창업주이자 선대회장인 김종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라고 해명했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조성된 뒤 오랫동안 방치돼 2004년 이후 휴면계좌로 지정된 계좌라는 설명이다.
◇ 수사 확대-대외 신인도 타격 우려도
한화그룹은 그러나 검찰이 차명계좌를 빌미로 수사의 범위를 회사 전체로 확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하면 기업들은 수사 범위가 혐의 대상 이상으로 확대될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현재 한화도 그런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비자금 의혹의 발단이 된 차명계좌 이외에 연결계좌 수 십여개를 확보해 이들 계좌에 들어있는 자금의 출처와 성격 규명 수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명계좌의 수가 당초 알려진 5개 보다 훨씬 많은 50~60개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증거물 분석을 통해 한화그룹 총수 일가와 그룹 계열사간, 국내외 자금거래 대부분을 파헤칠 경우 빌미 잡힐 새로운 `건수`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한화그룹은 또한 이번 수사가 지난 2007년 김승연 회장 청계산 폭행사건 이후 쌓아올린 대외 신인도에 재차 타격을 입칠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비자금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수사가 장기화 될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금융실명제 위반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김승연 회장이 금융 계열사인 대한생명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은 현재 대한생명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