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고인이 두 딸들 앞으로 사랑한다고 편지를 남긴 사실이 알려져 먹먹함을 더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일하러 나서는 부모를 보는 자녀들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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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미화원으로 나서는 부모 바라보는 자녀들 “갑질당할까 걱정”
지난 10일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희석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아파트 주민에게 꾸준히 폭언, 폭행 등 갑질을 당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준비생 김현우(28)씨는 직장에서 퇴직한 후 아파트 경비원으로 다시 일하기 시작한 아버지를 보면 불안하다. 김씨는 “아버지와 같은 연령대인 고 최희석씨가 입주민에게 욕설을 듣고 폭행당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데 우리 아버지도 비슷한 일이 있는데 가족들에게 이야기 못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며 “인터넷에서 경비원이 머무는 초소 내부 사진을 봤는데 너무 열악해 경악스러웠다. 나라도 빨리 돈을 벌어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차별적 과시 문제…법과 자성 필요
‘갑질 논란’은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갑질 문제가 ‘차별적 과시’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의 지위나 경제적 조건이 자신보다 밑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마구 대해도 된다는 심리다.
하지만 이런 문화·정서적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법과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서울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김인준씨는 “을의 위치인 경비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해 갑질하는 아파트 주민도 없지는 않다”며 “열악한 경비원의 지위나 처우에 대한 법적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글픈 이야기지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아직까지 평가하고 차별하는 집단 정서가 작용하니 업무와 책임, 권리 등을 명확히 정하는 법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오래 걸리겠지만 스스로 자신도 모르게 차별적 과시를 갑질로 행사하고 있는지도 자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