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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으로 유니콘 기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뿔과 날개가 달린 전설 속 동물 유니콘은 미국 카우보이벤처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에일린 리가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을 ‘유니콘 기업’이라고 명명한 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 유니콘 기업은 지난 6월 지피클럽을 추가하면서 총 9개로 늘어났다. 이는 독일에 이어 전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뿐만 아니라 블랭크코퍼레이션과 리디 등 예비 유니콘 기업들도 많아 한국이 향후 미국과 중국 등과 함께 유니콘 강국 반열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5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업계에 따르면 △블랭크코퍼레이션 △리디 △컬리 △힐세리온 △메쉬코리아 △와디즈 △디에스글로벌 △마이뮤직테이스트 △피피비스튜디오스 △하나기술 △네오랩컨버전스 △달콤소프트 △왓챠 등 13개 기업이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평균 매출액이 2015년 86억 3000만원에서 지난해 543억 9000만원으로 3년간 6.3배 성장했다. 고용은 같은 기간 총 1180명(기업 당 90.8명)을 창출했다.
이들 기업은 중기부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기업에 최종 선정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기부가 올 상반기에 진행한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공모에는 총 47개사가 신청해 △서류평가 △현장 기술평가 △대면 발표평가 등 3단계를 거쳐 블랭크코퍼레이션과 리디, 컬리 등 13개 기업이 최종 선정됐다. 이들 기업은 중기부로부터 각각 최대 100억원(총 1115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게 된다.
한국 유니콘 기업 수는 현재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엘앤피코스메틱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 △위메프 △크래프톤 △쿠팡 △지피클럽 등 총 9개다. 이들 업체는 전자상거래와 정보서비스 등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에 주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비유니콘에 뽑힌 13개 기업들 역시 대부분 B2C 사업을 운영한다. 블랭크는 동영상을 통해 SNS 채널을 공략하는 한편, 컬리는 유통업계 최초로 ‘샛별배송’을 시도하는 등 차별화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유니콘 기업 수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6월 기준 3개에 불과했던 한국 유니콘은 1년여 만에 3배인 9개로 늘어났다.
유니콘 기업 급증은 최근 국내 벤처생태계가 성숙한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누적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 2조 5749억원에 비해 20.6% 증가한 3조 1042억원에 달했다. 현 추세라면 올해 벤처투자액은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3조 4249억원을 넘어 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 유니콘은 모태자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빠른 시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모태자펀드는 모태펀드(정부가 투자한 상위펀드)가 출자한 벤처펀드를 말한다. 실제로 유니콘 기업 9개 중 크래프톤(553억원)과 위메프(100억원) 등 7개 업체가 모태자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니콘 ‘거품론’도 나온다.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잠정 연기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위워크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00여개 거점을 두고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위워크 발목을 잡았다. 위워크의 지난해 순손실은 16조 1000만달러에 달했다. 올해 초만 해도 470억달러까지 거론됐던 위워크 기업가치는 최근 200억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5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공유차량업체 우버 역시 최근 주가가 급락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몸집은 빠르게 커지는 반면, 수익성에 있어서는 적자가 늘어나는 등 비즈니스모델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예비유니콘 13개사 중 10개사(76.9%)가 지난해 적자를 봤다. 이와 관련, 컬리는 2017년 126억원과 지난해 349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가 확대했다. 리디 역시 같은 기간 순손실이 88억원에서 119억원으로 늘었다.
금기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사무총장은 “대부분 유니콘 기업들이 B2C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한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많아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소비자와 공급자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유니콘 기업들은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