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민주당은 물론이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가세한 미국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면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테이프 제출과 향후 특별검사 임명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후임 FBI 국장 인준 투표에 보이콧하겠다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코미 전 국장은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시작하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쓰면서 사실상 코미에 대해 협박을 가했다는 논란을 야기했다. 이는 바로 하루전인 11일 트럼프가 “코미 국장이 나에게 FBI 국장직을 유지시켜 달라며 부탁했고 내가 수상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해줬다”고 언급하자 코미측이 “트럼프의 말은 거짓”이라고 반박한 뒤 나온 것이다.
14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카롤라이나주) 공화당 상원의원도 NBC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백악관은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진짜로 있는 것인지 여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테이프로 녹음했다는 건 좋게 봐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실제 녹음 테이프가 있다면 반드시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마이크 리(유타주) 공화당 상원의원도 폭스뉴스에 출연, “대화를 녹음했다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비판하면서 “만약 (백악관이) 녹음을 했다면 그들을 의회에 소환하고 테이프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보다 더 강경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특별검사 임명을 사실상 당론으로 요구하며 이번 사건을 발판으로 여차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국면까지 끌고 가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 전략을 총지휘하는 척 슈머(뉴욕주)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NN에 출연해 “FBI 국장 인선 저지 문제를 당 차원에서 논의하겠지만 나는 인선을 막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며 “누가 FBI 국장이 되느냐는 누가 특검에 임명되느냐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특검 임명 요구에 가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코미 전 국장은 이번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불출석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야권에서는 그의 출석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만약 청문회에서의 증언이 완전 공개로 이뤄진다면 출석해 증언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고 의회 전문지 더힐이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