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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증시 혼란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와 또 한 차례 대혼란이 있었던 올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세는 미국 달러화의 강세흐름이었다. 불확실성이 커지니 자연스레 안전하다고 하는 달러화 자산에 돈이 몰린 탓이 컸다. 또한 대부분 국가들이 통화완화를 통해 여전히 경기 살리기에 매달리는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 나홀로 통화긴축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달러화 강세에 속도를 붙인 셈이 됐다. 당시 자국통화 약세로 인해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던 신흥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연준에 속도 조절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작년 12월 100선을 넘은데 이어 올 1월말에도 100선을 재차 넘보던 미 달러화 인덱스(주요 교역상대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달러화가치가 높음을 의미한다)는 2월말~3월초부터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석 달도 채 안돼 달러화가치가 6%나 추락하면서 이제 달러값은 추세적인 하락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자 주변 상황도 완전히 달라졌다. 달러화 강세로 고생하던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고 하락하던 원자재값도 강세로 전환했다. 이머징마켓 통화는 강세로 돌아섰고 글로벌 증시 역시 본격 상승국면에 접어 들었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중국쪽 경제지표까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산유량 동결 합의 불발에도 유가가 큰 충격을 보이지 않고 있는 터라 달러값 하락-신흥국 통화값 상승이 좀더 이어질 수 있다. 환차익과 상대적 고(高)수익률을 좇는 자금이 몰리며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이후 원화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미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는 명분을 충분히 쌓고 있다. 반대로 일본은행(BOJ)은 다음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통화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행도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종전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세를 누그러 뜨리며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되살렸다. 결국 엔화와 원화값 상승세는 조만간 더뎌지거나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