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손자회사 문제는 SK와 GS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과 합작 투자에 제한을 받는 국내 손자회사는 총 549개사에 이른다. 이 중 대기업이 297개사이고, 중견·중소기업은 252개사다. 앞으로도 많은 기업이 합작 투자 유치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합작투자는 국내기업의 필요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기업 경쟁력 제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SK와 GS가 PX(파라자일렌) 공장을 짓는 이유는 중국의 산업고도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폴리에스터 원료인 PTA(테레프탈산)를 중국에 수출해왔지만, 중국이 2010년 전후 TPA를 대폭 증설함에 따라 석유화학업체들은 TPA 대신 PX로 수출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PX는 중국이 아직 손을 대지 않았지만, 현재 증설을 추진중으로 2015년 전후해서 본격 투자가 예상되고 2018~2020년이 되면 PX도 자급화가 실현돼 수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 하에 한일 기업간 PX 합작투자는 이미 2011년부터 추진돼 왔지만 아직까지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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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손자회사가 아닌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합작법인을 세워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고 투자도 원할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 GS의 경우 GS칼텍스가 아닌 GS에너지 산하에, SK는 SK종합화학이 아닌 SK이노베이션 산하에 합작법인을 세우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비효율적인 일로 중복투자가 필요해 합작 파트너가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GS의 경우 GS칼텍스는 석유 전제사업을, GS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및 유전개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PX공장에 대한 필요한 인력과 사업부문은 모두 GS칼텍스에 속해 있는데 GS에너지 산하에 PX공장을 두면, 관련 인력과 사업부문을 새로 만드는 중복투자가 필요해지고, 비용 증가에 다라 합작 파트너와 원만한 이익배분이 어렵다는 것.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도 마찬가지다. SK종합화학은 석유화학을,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사업으로 특화돼 있다.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물적 분할을 단행했는데 다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산하에 파라자일렌 공장이나 윤활유공장을 두는 것은 특화시켰던 사업 영역을 다시 합치는 셈이다.
GS관계자는 “합작법인이 투자 결정할때 GS칼텍스 사업영역의 전문성과 특화를 보고 결정한 것”이라며 “중간 자회사로 합작법인을 세운다면 중복투자 등이 문제가 돼 외국계 자본의 유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지주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 -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사업 활동을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지주회사가 직접 지분을 가지고 지배하는 회사는 자회사, 그 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손자회사, 증손회사는 손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곳.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손자회사가 지분 100%를 가질 때만 증손회사를 허용하고 있다.
△PX(파라자일렌)- 폴리에스테르계 합성 섬유와 페트병 원료
△PTA(테레프탈산)- 폴레에스테르계 섬유, 타이어코드, 필름, 병, 도료 등의 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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