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기각…한숨 돌린 삼성 vs 거센 역풍 직면한 檢

15시간 장고 法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 소명 부족"
檢 "기각 결정 아쉬워"…수사 동력 차질 불가피
`무리한 수사` `검찰권 남용` 등 비판 여론 거셀 듯
  • 등록 2020-06-09 오전 6:11:50

    수정 2020-06-09 오전 7:36:05

[이데일리 남궁민관 최영지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3번째 구속 기로에서 위기를 벗어났다.

1년 8개월여 동안 수사를 끌어 온 검찰은 이 부회장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무리한 수사` `검찰권 남용` 등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에도 영장 청구를 강행하자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를 무력화 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 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타당성 등을 판단해 달라며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 소집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法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책임 유무 재판서 가려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심사를 시작한 지 약 15시간 30분 만이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며 “그러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모두 구속을 면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 측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검찰은 일단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를 진행한 뒤, 향후 수사심의위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檢, 수사 동력 차질 불가피…`무리한 수사` 등 후폭풍 시달릴 듯

검찰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추어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 “영장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고 밝혔지만, 수사 동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등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획·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과정에서 합병비율을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맞추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는 것.

삼성 측은 그러나 “당시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아니다”며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논란에 대해서도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전날 영장심사에서도 검찰과 이 부회장 변호인 간에는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혐의를 두고 불법성과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불꽃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과 최재훈 부부장,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등 수사팀 검사 8명을 투입했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에서는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승 변호사 등 판사 출신 중심의 변호인단이 변론에 나섰다.

검찰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합병 방안 등 경영권 승계 전략 현안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물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만큼, 총수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 측은 장기간 수사 등을 통해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을 내세워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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