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는 ‘해적선’ ‘해적’을 뜻하는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파생된 말인데요.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적인 표결을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실상 필리버스터에는 무제한 토론 외에도 규칙발언의 연발,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거부, 총 퇴장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의회에서 긴 연설을 통해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방식은 고대 로마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는 정부의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종종 밤까지 긴 연설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당시 로마 원로원은 해질녘까지 모든 임무가 끝나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필리버스터는 종종 활용됩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필리버스터 사례는 1935년 16시간을 연설한 휴이 롱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 1957년 24시간 18분의 최장시간을 기록한 스트롬 서먼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등을 들 수 있는데요.
휴이 롱 상원의원은 16시간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로크포르치즈샐러드 드레싱의 레시피를 읽고 굴튀김 요리법을 이야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리를 비우거나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은 금지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의제와 관계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성경을 읽는다거나, 또 어떤이는 자신의 자서전이나 전화번호부를 읽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데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당장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획정안 처리도 시급하구요. 여야간의 대화와 타협이 절실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