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310명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23명을 사형 집행한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사형수는 현재 58명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목숨이 달린 일이다. 판결은 완벽해야 한다. 좀 더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자정을 넘겨 집에 가는 게 일상이다.
곧 여름과 겨울 2~3주 동안 재판을 쉬는 기간인 휴정기다. 올해 휴정기는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7월27~8월7일)다. 휴정기 덕에 천장에 닿을 듯 쌓인 재판 기록물 높이를 조금을 낮출 수 있겠다. 2013년 기준 전국법원에 접수된 사건 수는 1846만6987건. 판사 1명당 6645건꼴이다.
때론 개인적 판단과 별개로 기계적인 판결을 내릴 때도 있다. 양심적 병역 기피 사건은 무조건 유죄다. 양심적 병역기피로 재판정에 선 피고에겐 무조건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면 끝이다. 올 7월 현재 706명이 43개 교도소에 병역 거부로 갇혀 있다.
법원 밖에서는 판사가 변호사 개업을 하면 떼돈을 버는 줄 안다. 사람들은 판사를 ‘전관(前官)에게 고개 숙이는 현관(現官)’으로 여긴다. 풍문으로 떠도는 ‘전관예우’다. 들어본 사람은 많지만 실체는 불투명한 게 전관예우다. 한번은 연수원 동기라는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 재판을 맡게 됐으니 잘 부탁한다’고 하더니 끊었다. 얼굴도 모르는 동기다. 나중에 들어보니 의뢰인 앞에서 담당 판사한테 전화하는 게 영업 방법 중 하나란다. 의뢰인은 막연히 전관예우를 좇고, 다른 누군가는 의뢰인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한다.
때로는 공정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공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판사가 된 이후로 동창회나 동기 모임에 발길을 끊었다. 친구들과 멀어졌지만 쓸데없는 구설에 휘말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대학 때부터 즐기던 테니스에서 낚시로 취미를 바꿨다.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다고 밖에서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얼마 전 법원에 견학 온 학생이 던진 질문이 생각난다. “판사님은 한 달에 뇌물을 얼마나 받아요?”
(이 기사는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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