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다. 시장참여자들은 ‘현금 부자’로 불리는 롯데그룹의 중요 계열사임을 고려할 때 롯데물산이 당장 재무적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다는 데 입을 모으면서도 우려의 시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제2 롯데월드’ 사업에 롯데물산의 명운이 걸린 까닭이다.
롯데물산은 21회 SRE 기업별 등급적정성 설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설문참여자 173명 중 43명(24.9%)은 ‘AA’ 인 우량 신용등급이 롯데물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롯데물산의 차입금은 2011년부터 해를 거듭할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1년 1485억원에 불과했던 총차입금은 2012년 4239억원으로, 2013년 7495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1조2312억원으로 1년 사이 차입금이 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시장참여자들은 롯데물산의 차입금 증가가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가 지연되며 사업 역시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안전 문제가 매출 발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 준공 후 수족관과 영화관, 쇼핑몰, 전 망대 등 시설 수입과 오피스 분양 등을 통해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미 수족관과 영화관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일부 시설물이 영업정지 상태다.
지난해 롯데물산의 매출은 299억원으로 전년 16억원 대비 늘어났으나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영업손실은 오히려 늘어났다. 2013년 18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31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물산의 가장 큰 자산인 롯데케미칼 지분을 바탕으로 한 배당금으로 금융비용 일부를 충당하는 정도다. 롯데물산은 쇼핑몰 개장과 오피스 임대 등으로 매출이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사실 이마저도 사업을 시작할 당시 계획했던 6000억원 매출 목표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숫자로 보면 올해 역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물산이 1조원 내외의 추가 차입금을 떠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는 2016년까지 연 차입금 5000억원 증가가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제2롯데월드 사업에서도 핵심인 오피스 부문의 분양이 롯데물산 차입금 증가의 키를 쥐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이르면 올 하 반기부터 오피스 분양을 시작할 계획이다. 오피스 부문의 총 사업규모는 8000억원을 웃돌며,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오피스 임대료나 분양 성과가 부진할 경우 롯데물산은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차입금을 조달해야만 한다. 문제는 롯데물산이 소유한 오피스 면적이 3만7000평에 이르러 입주사를 모집하고, 공간을 적정 수준까지 활용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아직도 제2롯데월드에 대한 안전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상황이 아니라 오피스 분양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이미 개장한 쇼핑몰의 부진도 지속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롯데물산은 현재 문을 닫고 있는 수족관과 영화관의 5월 재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진 만큼 재개장을 허가하는 서울시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쇼핑몰 개장 초기 하루 10만여명에 달했던 방문객은 최근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부 입점 매장에서는 철수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롯데그룹은 입점업체 임대 수수료 중 약 100억원 규모를 감면해주는 지원에 나섰다. 한 자문위원은 “제2롯데월드의 평당 분양가가 1억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안전성, 주변 교통문제 등을 고려할 때 롯데물산이 계획한 대로 분양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롯데물산이 앞으로도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조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롯데 케미칼의 최대주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자산이 튼튼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힘을 얻는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에서 쓴맛을 본 후 더이상 공모채 발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자금조달에는 아직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일본계 금융기관을 통해 차입을 하고 있고,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장기 차입을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채 발행을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도 조달하고 있다. 올 초에도 1000억원 규모 3년 만기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채는 일본계 은행이 전량 인수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롯데물산의 만기 전 회사채 8392억원 중 공모 회사채는 3800억원 수준이다. 장기차입금은 3920억원으로 일본 롯데홀딩스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 은행 등으로부터 제공받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롯데물산이 국내에서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 않는 것은 자금 조달의 한쪽 통로가 막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에는 일부 차입금의 만기도 돌아온다. 일 본 롯데홀딩스의 지원과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차입만으로 언제까지 버틸지는 알 수 없다.
버는 돈이 없는 상황에서 차입금만 늘려야 한다면 아무리 롯데그룹과 관계가 좋은 일본계 금융권이라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
한 자문위원은 “쇼핑몰 수익이나 오피스 임대료 등으로 차입 금을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롯데그룹의 계열사가 오피스에 입주하는 등 방법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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