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예산안 심사로 2차 격돌…'준예산' 편성가능성 확대

  • 등록 2013-11-24 오후 1:59:23

    수정 2013-11-24 오후 2:08:58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번 주부터 2014년 예산안이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지만 전망은 어둡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 사건에 대한 여야간의 갈등이 ‘공회전’을 반복한 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여야 갈등은 예산안 심사의 진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예산안 심사방침을 밝히면서 “민주당의 원칙에 정부·여당이 화답을 하고 분명한 조치가 이뤄지면 예산안 합의가 굉장히 앞당겨질 수 있고, 지금까지 민생을 외면하고 야당을 무시하면 처리 시간이 매우 길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예산안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민주당의 주장에 따르면 대기업·고소득자 등에 대한 감세 철회 및 증세로 7조1000억원의 세수, 예비타당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예산’을 대폭 삭감해 총 12조1000억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증세는 없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하는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있었던 여야 대표 3자회담에서 “법인세 증세는 세계적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어 법인세를 높이는 건 안 된다. 낮추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의 입을 빌려 재차 법인세 인상 불가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문제예산’으로 지목한 예산들의 면면들을 보면, 대선개입의혹에 연루된 국가정보원·검찰청·경찰청·국가보훈처 등의 예산들이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또다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여야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집중 추진하려고 알려진 이른바 ‘박근혜예산’ 역시 대폭 삭감할 뜻을 밝혀 이를 지켜내려는 여당과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여야는 지난 19일부터 이어진 대정부질문기간동안 합의점을 찾고자 재차 노력해왔다. 지난 22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동시 상정하는 이른바 ‘황-황’ 딜이 이뤄진 것도 이 기간 내에 접점을 찾지 않으면 대치정국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마저도 서로에 대한 불신만 확인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사상초유로 헌법이나 법률에 의한 최소한의 지출의무 외에는 모두 동결되는 ‘준예산’이 편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지난달 미국에서 있었던 연방정부 임시폐쇄 조치와 유사한 한국판 ‘셧다운(shut down)’이 현실화되면서 박근혜정부의 2014년 나라살림이 일시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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