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적인 극우 신문 산케이(産經)가 중심에 있다. ‘반일 집회 그만두고 (소녀)상 철거를’이라는 사설을 보자. “반일 증오의 상징인 위안부상을 조속히 철거하면 좋겠다”며 소녀상 철거로 논지를 확대했다. 또 문 대통령에게는 “회계처리 의혹을 좌시하지 말고 적절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앞뒤 분간 못하는 망발이다. 그래서 빌미를 제공한 윤미향과 ‘정의연’이 원망스럽다.
일본은 임진·정유 7년 동안 조선을 초토화시켰다. 그래도 조선은 120여 년 동안 문화사절단 격인 통신사를 파견해 교류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문화적 성과 대부분은 우리에게 빚지고 있다. 괜한 우월감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한론을 앞세워 36년 동안 재차 유린했다. 말과 글을 빼앗고 학살, 고문, 위안부 동원, 강제징용까지 죄악은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도 참회는커녕 툭하면 발뺌이고 모르쇠로 일관한다.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물론 아예 부정과 왜곡을 일삼고 있다.
조작된 애국심 아래 희생된 특공대원은 모두 1,036명. 조선인도 11명 포함돼 있다. 인간 폭탄은 엽기적이다. 치란을 언급한 것은 다름 아니다. 광기와 미화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평화회관이란 이름부터 엉뚱하다. 2014년에는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했다. 세계기록유산은 인류가 후손에게 남길만한 가치가 있는 기록물이다. 그런데 부끄럽고 광기어린 현장을 신청했으니 제정신인가 싶다. 앞마당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다녀갔다는 기념비도 있다.
다시 윤미향과 ‘정의연’으로 돌아간다. 위안부 실체를 알리는 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고, 잘못은 잘못대로 가리는 게 맞다. 회계 부정과 보조금 유용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정의다. 내 편이라고 감싼다면 공멸한다. 또 일본 극우로부터 조롱과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기억 왜곡 운운하는 것 또한 몰염치하다. 그 분이 겪고 있을 참담함과 분노를 헤아리는 게 우선이다. 위안부 할머니와 ‘정의연’을 이간질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의혹을 규명하고 책임을 분명하는 건 아프지만 해야할 일이다. 만일 진영논리로 감싸고 부인한다면 가미카제를 미화하고 위안부 실체를 부정하는 그들과 다를 게 없다.
덧붙이자면 시민사회로부터 정치권 진입을 고민할 때다. 시민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특정분야에서 현장을 경험한 전문성은 긍정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문제는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어두운 이들이다. 소명과 직분을 내팽개친 채 신분 상승 수단으로 삼는 이들에 대한 문제 제기다.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뛰어든다면 순수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순수성을 상실한 시민운동은 설 자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