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톤PE의 변신, 구조조정 매물 잇따라 눈독

  • 등록 2016-05-20 오전 7:00:01

    수정 2016-05-20 오전 7:00:0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토종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가 최근 구조조정 매물 인수에 적극 나서며 설립 초기와는 확 달라진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

설립자이자 초대 회장이었던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현 수출입은행장)이 금융회사에 주로 투자했던 반면 현대차그룹 출신의 현 제갈걸 회장은 건설·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구조조정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키스톤PE는 지난 18일 진행된 삼부건설공업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삼부건설공업은 지난달 본입찰이 있었지만 법원이 정한 최저 매각가 미달로 유찰된 후 지난 18일 재입찰을 실시했다. 지난달 최초 인수전 때도 본입찰까지 참여한 키스톤PE는 이번 재매각 예비입찰에도 LOI를 제출하며 인수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키스톤PE는 앞서 지난 12일 현재 M&A 시장에 나와 있는 건설사 매물 중 가장 대형 건설사로 평가받는 동부건설(005960) 입찰에서도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약 100억원 정도 높은 입찰가로 꺾고 최종 승자가 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키스톤PE는 이르면 오는 31일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삼부건설공업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삼부토건의 알짜 자회사로 건설 현장에 사용되는 고강도 콘크리트 PHC파일을 생산하는 업체다. 삼부토건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동부건설은 시공능력순위 25위의 중견 건설사로 건축·토목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상장사다. 부동산 신탁회사 한국토지신탁의 주요 주주(8.71%)인 키스톤PE는 동부건설을 인수해 국내 주택개발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키스톤PE는 지난달 동양물산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그룹 농기계 제조 계열사 국제종합기계 인수전에도 발을 들여 놓았다. 업계 3위의 국제종합기계는 지난 2011년부터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진행 중이다. 동양물산기업은 인수전 초기부터 트루벤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구조까지 잠정 확정한 상태였으나 막판에 이견이 생겨 파트너십을 철회했다.

동양물산은 다시 재무적투자자(FI)를 찾을 수 밖에 없었는데 구원투수로 등판한 곳이 유암코와 키스톤PE였다. 총 600억원의 인수가 중 동양물산이 20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400억원은 유암코와 키스톤PE가 프로젝트 펀드를 구성해 조달할 예정이다.

키스톤PE는 지난 2012년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 출신들을 중심으로 뜻 있는 금융인들을 모아 설립한 사모투자펀드다. 키스톤PE는 리딩투자증권, 예성저축은행 인수전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투자금 유치 실패 등의 이유로 실제 인수가 성사되지는 못했다. 아울러 우리금융지주 인수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키스톤PE 설립 초기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한 이 전 행장이었던 만큼 금융회사들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번번이 인수에 실패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내놓지 못한 이 전 행장이 지난 2013년 말 키스톤PE를 떠나자 잠시 와해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지난 2014년 4월 취임한 한 제갈걸 회장의 지휘 하에 키스톤PE는 180도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

제갈 회장은 현대차그룹 여러 계열사들에서 오랫동안 M&A 업무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구조조정 매물에도 적극 뛰어뜨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여러 PEF들 각각은 산업별로 선호하는 매물들이 달라 소비재 기업만 찾는 PEF들도 있는 반면 중공업 업체를 좋아하는 쪽도 있다”며 “결국 오너의 성향에 따라 투자 성향도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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