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늑장 출동, `흉기 들고 기다린다` 신고 받았지만.. "대단히 유감"

  • 등록 2015-09-14 오전 8:50:44

    수정 2015-09-14 오전 8:50:48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60대 여성이 아들의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 신고를 받았음에도 늑장출동해 참극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박모(64·여)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평소 아들(34)의 여자친구 이모(34)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박씨는 12일 저녁 전화로 이씨와 크게 다퉜고, 이씨가 이를 따지려 박씨의 집 앞으로 온다고 하자 미리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가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집 앞에서 이씨를 만나 말다툼을 벌이다 이씨가 자신에게 핸드백을 집어던지는 순간 격분해 갖고 있던 흉기로 복부를 찔렀다. 박씨는 평소 조울증으로 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30분 전인 오후 9시 12분께 박씨의 아들이 “어머니가 여자친구와 전화로 다투고 나서 흉기를 들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며 신고한 내용을 접수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신고 접수 1분 뒤 경찰은 파출소 순찰차에 출동 지령을 내렸지만 순찰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은 10분 전 신고가 들어온 다른 가정폭력 사건과 이 사건을 동일한 것으로 오인하고 그곳에 가서 사건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씨의 아들이 오후 9시 27분께 경찰에 재차 전화를 해 출동을 독촉했지만 경찰은 계속해서 오인하고 있었던 것.

해당 경찰관들은 오후 9시 37분에야 다른 사건이 접수됐다는 것을 알게됐고,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범행이 일어난 직후 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흉기에 찔려 쓰러진 이씨를 지혈하고 오후 9시 51분께 구급차로 이송해 4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씨는 치료를 받다 오후 10시 25분께 숨졌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현장 도착까지 약 30분이 걸린 것은 예방적 활동으로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 어떤 이유로라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유명을 달리하신 분께 명복을 빈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 근무자들과 파출소 내 근무자 등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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