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조선·건설사, 투명한 회계정보 공개 노력해야

"분식 우려 불식하려면 현장-재무팀 소통 강화 필요…인프라 투자 나서야"
"이용자 입장에서 재무제표 작성해야…사업장 별 재무현황 공시 필요"
  • 등록 2015-08-16 오전 10:37:29

    수정 2015-08-16 오전 10:37:29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저는 예전부터 건설회사 재무제표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믿을 수가 없으니까요. 개별 사업장의 재무상황을 중심으로 일일이 살펴봤습니다”

회계업계의 한 원로는 최근 일련의 조선, 건설업계의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재무제표 자체를 믿을 수 없다니….

건설사나 조선사 재무담당자가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3조원대 손실이 하루 아침에 터진 대우조선해양(042660)이나 공사손실충당금으로 마땅히 반영했어야 함에도 감춘 손실액이 수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거론되는 대우건설(047040) 투자자의 입장에 서보면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이 그리 심한 말은 아닐 겁니다.

분식회계 논란이 일면 언제나 ‘업계의 관행이다’, ‘예정원가를 계산하기 어려운 수주산업의 특수성이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는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는 것 아니냐’는 등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그런 변명만 하기에는 우리 자본시장이 그렇게 놔두질 않습니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되면 투자자들은 조선사나 건설사의 간판만 보면 치를 떨 수도 있겠지요. 회계 마인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세울 때입니다.

회계 전문가들은 조선사와 건설사들이 회계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재무팀과 공사현장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회계 전문가들을 고용해 현장을 돌아보게 해야 합니다.

가령 공사현장의 상황이 변해 예상 원가가 바뀌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현장과 재무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때에 손실을 반영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공사 현장 내 전문가들도 회계 지식을 공부해야 하고 회계 담당자들도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공부해야 더 정확도 높은 재무제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이해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IFRS가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으로 원칙에 벗어나지 않는 이상 회사의 재량권을 널리 인정해주고는 있지만 제때에 반영해야 할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까지 무작정 허용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발생한 재무정보를 집계하는데 그쳤던 과거의 회계기준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예상 손실까지 폭넓게 재무제표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회계기준의 원칙이지요. 그래서 더 구체적인 재무제표 주석 공시가 필요합니다.

건설사와 조선사, 그리고 이런 회사들은 감사하는 감사인은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재무제표를 작성하려 하지 말고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여러 공사 사업장의 손익을 한 데 뭉쳐 재무제표 주석에 공개한 정보가 과연 쓸모가 있을까요? 재무제표 이용자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개별 사업장의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그에 따른 손익은 얼마나 되는지. 이런 구체적인 정보입니다.

또 공사 진행기준으로 손익을 인식하는 수주산업의 특성을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진행기준으로 손익을 인식했을 때와 제조업체와 같은 손익 인식 방식, 즉 완성기준으로 손익을 인식했을 때의 재무제표를 모두 보여주고 재무제표 이용자가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바닥이 원래 이렇다’는 말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부채비율이 높거나 이자보상배율이 낮아 재무상황이 나빠진 기업은 정부가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 신뢰성 있는 회계 정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합니다. 건설업계와 조선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대표적인 취약업종입니다. 스스로 투명해지지 않으면 영원히 불투명한 산업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회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을 해나가 보셨으면 하는 게 회계 전문가들이 수주산업에 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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