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값 내면 호갱님?' 막판 보조금전쟁 치열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KT(030200)가 오는 13일까지 신규영업 정지에 들어선 가운데 가입자를 뺏기 위한 막판 보조금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새 정부 조직개편이 늦어지는 상황을 틈타 통신업계의 ‘막무가내 보조금 살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뽐뿌 등 온라인판매몰에는 번호이동시 갤럭시S3가 10만원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할부원금이 13만원으로 여기에 현금 3만원을 추가로 돌려주는(페이백)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할부원금은 제조사가 이통사에 단말기를 판매하는 출고가에서 이통사와 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뺀 나머지다. 즉 보조금이 80여만원 수준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권고한 법정보고금 27만원을 3배이상 넘긴 것이다. 심지어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옵티머스G프로마저 30만원 후반대로 ‘반값’에 팔리고 있다.

기존처럼 복잡한 약정 조건이 단순화된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72요금제 이상이거나 부가서비스를 3개월 이상 가입할 경우 혜택을 줬지만, 지금은 어떤 요금제에서도 똑같이 보조금 혜택을 주는 곳이 상당수다. 이러한 현상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 지급된 보조금이 40~50만원이 지급되고, 여기에 ‘히든보조금’이라는 형태로 30~40만원이 추가로 들어가는 곳도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몇몇 판매점에서는 KT에서 번호이동을 할 경우 5만원 상당의 웃돈을 준다는 판매점도 발견됐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 판매되고 있는 갤럭시S3. SK텔레콤으로 이동할 경우 할부원금이 13만원, 여기에 현금3만원을 페이백하는 업체도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을 제값주고 사면 ‘호갱님’이 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호구’와 ‘고객님’을 합친 말인 ‘호갱님’은 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을 뜻한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통신사로부터 허락된 보조금의 일부를 손님한테 되돌려준다. 다른 매장보다 더 많이 판매하고 싶으면 통신사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최대한 뿌리면 되지만, 일부 어수룩해 보이는 손님에게는 일부만 주고 매장이 챙기는 셈이다.

업계는 KT가 마지막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 중 LG유플러스(032640)는 14만여명이, SK텔레콤(017670)은 32만여명이 고객을 잃었다. 그 기간동안 상대적으로 KT는 20여만명이 순증하는 혜택을 봤다. 뺏긴 만큼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부조직 개편이 지연되는 틈을 타 이동통신사들이 방통위의 추가 제재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통위는 통신사 담당임원에게 ‘보조금 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경고해 왔지만, 추가 제재 여부는 KT의 영업정지가 끝난 뒤에야 다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방통위의 제재가 제대로 나올지 미지수”라면서 “결국 통신사의 영업정지 제재가 무위로 끝난 셈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