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드디어 공식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0` 현장에서다.
이 전 회장이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2008년 4월 삼성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며 회장직에서 사퇴한 이래 1년8개월여만이다.
이 전 회장은 부인 홍라희 여사, 아들 이재용 부사장(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큰 딸인 이부진 전무(삼성에버랜드 및 호텔신라), 둘째딸 이서현 전무(제일기획 및 제일모직) 등과 함께 9일(현지시각) CES 전시회장을 찾았다.
온가족이 공식행사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전 회장이 CES 전시장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이 전 회장은 국내 사회에 던지고 싶은 화두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는 요청에는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전 회장은 일본과 중국에 끼여 어려운 시기를 맞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샌드위치론`과 항상 경영여건 변화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준비경영' '창조경영' 등의 화두를 그동안 던져왔다.
이재용 부사장 등 자식들에 대해서는 "아직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부진·이서현 전무 등 두 딸의 손을 잡고 전시회장에 나타나기도 했던 이 전 회장은 "내가 (이렇게)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아직 어린애라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아들 딸들이 경영수업에 더 매진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은 전시회에서 삼성전자 제품과 함께 세계 주요전자업체들의 제품과 사업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향후 일본업체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이 전 회장은 "(일본업체들의 반격이) 겁이 나진 않는다"며 "그렇지만 신경은 써야한다"고 말했다.
신수종사업 준비에 대한 질문에서 이 전 회장은 손을 가로 저었다. 이 전 회장은 "아직 턱도 없다"며 "10년전만 해도 삼성이 지금의 5분의1 크기에 구멍가게 같았는데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며 "솔직하게 아직은 활동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그러나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민과 정부 모두 힘을 합쳐 한 쪽을 보고 뛰어야 한다"며 "올림픽 유치를 하기 위해서는 그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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