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시장을 키우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채권형펀드, 신용과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 신용공여 등에 대한 신용평가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채권형펀드에 평균적인 신용등급을 평가하자는 방안은 회사채시장이 침체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해법 중 하나다. 가령 AAA급 회사채와 BBB급 회사채가 함께 편입된 펀드의 전체 신용등급을 평균으로 계산해 AA급으로 평가하고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부 가이드라인상 BBB급 이하 채권에 투자할 수 없는 기관투자가도 투자를 결정할 수 있고 시장에서 소외된 등급의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이제껏 시행되지 않은 이유는 국내 회사채시장 현실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현재 국내 시장에 존재하는 채권형펀드 규모도 크지 않고 편입된 종목도 몇 안돼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렵다는 것. 운용사나 투자자 모두 신용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수하고 투자, 운용을 할 유인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채권형펀드의 평균 신용등급을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인정하고 운용을 한다면 이 정책도 적용해볼 만 하다는 평가다.
유동화증권의 경우 신용보강을 해주는 곳에 대해서도 신평사가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지만 지금은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가령 A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B증권사가 보증을 해서 유동화증권이 발행되면 투자자의 투자금을 A건설사가 갚지 못할 경우 보증을 선 B증권사가 대신 갚아주게 된다. 신용보강을 해 준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증권사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산정을 위해 이런 신용공여에 대해 신용등급을 받게 돼 있지만 신평사에는 별도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사실상 공짜로 신용평가를 해주고 있는 셈. 신용보강을 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내도록 하면 신평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이 역시도 부작용을 따져볼 필요는 있다. 신용평가 수수료가 건설사나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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