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엿보기] 독일 세단은 진짜 빙판길에 약할까

  • 등록 2013-02-11 오후 1:25:06

    수정 2013-02-11 오후 1:25:0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폭설과 한파가 잦아지고 있다. 자가운전자들의 고민도 그만큼 커졌다. 주위 사람이나 인터넷을 통해 빙판길 사고를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차를 몰고 나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머뭇거리게 된다. 특히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쌍용차 체어맨 등 소유자들은 눈만 내리면 더 걱정이다. 왜 그럴까.

독일 럭셔리 세단이 대체로 빙판길에 약하다. 주력 모델이 빙판길에 약한 후륜구동이기 때문이다. BMW의 경우 소형 1시리즈부터 대형 7시리즈의 주력 모델은 모두 후륜이다. 벤츠도 준중형급인 C클래스부터 E클래스, S클래스까지 모두 후륜구동이다.

후륜구동(FR, Front engine Rear wheel drive)은 뒷바퀴에 힘이 전달된다. 앞바퀴에 힘이 전달되는 전륜(FF)은 차를 앞에서 끈다면 후륜은 차를 뒤에서 민다고 이해하면 쉽다. 뒤에서 밀다 보니 눈(빙판)길, 특히 언덕 빙판길에선 차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미끌어진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수입차 BMW 5시리즈. 사륜구동(X드라이브)인 일부 고급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BMW코리아 제공
하지만 독일 럭셔리 세단만 그런 것은 아니다. 현대차 제네시스나 에쿠스, 기아차 K9, 쌍용차 체어맨H, 체어맨W 등 국산 고급차도 후륜이다. 일본 도요타도 일반 브랜드 도요타의 세단은 대부분 전륜이지만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주로 후륜이다. 눈(빙판)길에서 독일 세단만 유달리 주목받는 것은 국내 고급차 시장에 독일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차도 별 수 없네’란 기대심 혹은 질투심도 베어 있다.

그럼 고급 세단이 후륜을 채택하는 이유는 뭘까. 더 나은 주행 안정성과 편안함 때문이다. 같은 독일 브랜드라도 일반 양산 브랜드인 폭스바겐은 중형 파사트 등 대부분 모델이 전륜 방식이다. 벤츠도 B클래스 등 소형 라인업은 전륜이다. BMW도 오는 2014년께 첫 전륜 소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후륜구동 역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ABS, VDC, ESP, TCS 등 다양한 이름의 전자식 제어시스템이 도입됐으나 물리적인 한계는 여전히 있다.

그래서 나온 게 사륜구동(4WD/AWD) 세단이다. 사륜구동은 네 바퀴가 모두 힘을 쓴다. 그만큼 눈(빙판)길에 강하다. 독일 브랜드는 한발 더 나아가 단순히 네 바퀴가 모두 구동하는 4WD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앞·뒷바퀴 구동력의 배분을 달리하는 액티브 휠 드라이브(AWD)를 선보였다. 사륜구동 세단은 더 비싼 가격에도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국내에서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우디의 콰트로 시스템이다. 아우디의 경우 이미 국내 판매 차량 넷 중 세 대가 사륜구동 모델이다. BMW X드라이브, 벤츠 4매틱, 폭스바겐 4모션 등 브랜드마다 이 같은 이름이 붙은 사륜구동 모델의 판매는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유럽 현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후에 따라 선호하는 구동방식이 다르다. 기아차 유럽법인 관계자는 “유럽이라고 후륜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며 “소형차 위주인 남유럽에선 전륜이 주력이고, 춥고 눈이 많은 북유럽 시장은 사륜구동 모델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우디 차량의 겨울철 주행 모습. 아우디 국내 판매량의 4분의 3은 눈길에 강한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가 장착돼 있다. 아우디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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