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줄인다는 테이블오더…수수료에 계륵 신세

[제2의 배달앱 테이블오더]①테이블오더 성장에 소상공인 의존도↑
인건비 줄이려다 수수료 부담에 발목
월 대여비에 결제 수수료 3%씩 붙어
‘수수료 0원’ 내세우던 기업들 돌변
해지도 어려워…불완전판매 여부 촉각
  • 등록 2024-11-06 오전 5:30:00

    수정 2024-11-06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경은 김세연 기자] “테이블오더(무인주문기기) 수수료만 한 달에 약 100만원이 나옵니다. 경기가 안 좋아서 매출이 점점 줄고 있는데 각종 고정 비용만 늘어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모모(36)씨가 14㎡(4평) 남짓 식당에 도입한 테이블오더 기기는 총 12대. 한 대당 대여비 월 2만원씩 총 24만원에 기기를 통한 결제 수수료도 건당 3%다보니 매출이 늘어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미미하다고 하소연했다.


테이블오더와 같은 외식업계 무인 플랫폼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키우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도입했지만 수수료 부담으로 별다른 효과를 누리지 못해서다. 도입 초기지만 자영업자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카드 수수료, 배달 수수료에 이은 새로운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무인 주문기 활용의 외식업체 매출 및 고용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식업체의 무인 주문기 사용 비중은 7.8%로 2018년(0.9%)이후 5년 새 8배 이상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구인난 등으로 외식업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현장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업체들도 이런 수요에 발맞춰 사업을 확장해 왔다. 손님이 앉은 자리에서 직접 주문·결제하는 테이블오더부터 식당 앞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대기 등록을 돕는 웨이팅 애플리케이션(앱), 식당 예약 앱 등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스타트업의 주요 무대였던 무인 주문기 시장은 KT(030200),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등 빅테크도 합류하면서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문제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 등을 자영업자 몫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이용 요금 무료를 내세웠던 기업들은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했다. 실제 외식 예약·웨이팅 앱 ‘테이블링’은 기존에 무료였던 서비스를 2022년 하반기부터 유료로 전환해 월 9만 9000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테이블오더의 경우 평균 계약 기간이 3년인데 중도 해지해도 계약한 수수료는 전부 부담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 거래가 만연해서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들여다보기로 한 배경이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테이블오더 시장에 대기업들도 진출하면서 제2의 배달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시장 독과점 또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에 대해 정부의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푸드테크 기업들이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공정위, 금융위 등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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