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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X신 같은 게. 아주…”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상규 위원장(자유한국당)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욕설을 해 논란이 일었다. 여 위원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으나 욕설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해당 발언이 장애인 차별어에 해당한다며 여 위원장을 비판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7일 입장문을 내고 “‘X신’이라는 말 속에는 ‘기피의 대상’ 혹은 ‘불쌍한 사람’의 의미가 들어 있다”며 “장애인들은 이러한 이유로 이 용어에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라면 더욱 더 사용하면 안 되는 용어”라고 덧붙였다.
‘틀딱·급식충’만 문제 아냐…‘학생·아줌마’도 부적절할 수 있어
8일 서울시가 중구 시민청에서 한글날을 맞아 개최한 학술 토론회에서 노유다 작가는 “청소년의 호칭으로 ‘학생’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청소년은 응당 학생이어야 한다는 틀에 박힌 범주를 강요하는 호칭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작가는 “대안 교육이나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탈학교 청소년이 점차 늘어나는 현대 사회의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대상을 낮춰 부르는 ‘아줌마’ 같은 단어는 차별어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작가는 “‘아줌마’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아주머니’를 낮추어 부르는 말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며 “대체로 비하나 조롱의 뜻이 담긴 단어는 차별어로 등재해 쓰임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것저것 다 빼면 적당한 호칭이 없다” 불만도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의도가 있든 없든 차별어라고 느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차별어”라며 “내가 차별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차별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차별어를 쓰고 싶지 않아도 적당한 호칭이 없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연구위원은 여성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직급의 호칭이 아닌 ‘언니’, ‘어머님’ 등 가족적인 호칭을 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칭에 나이의 많고 적음, 성별 구분, 사회적 지위나 결혼 여부 등의 뉘앙스가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60대 여성 청중은 “식당 종업원이 손녀뻘인데도 ‘언니’나 ‘아가씨’ 이렇게 부른 적이 많다”며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정말 몰라서 그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언어생활을 위해 국립국어원과 언어사용의 주체인 대중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노 작가는 “국립국어원이 현재 쓰이는 차별어를 대체할 새 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석수 공감토론 대표는 “단어는 말글의 주인인 대중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 쓰고 버리는 것”이라며 “학자들이 가르치지 말고 대중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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