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육아휴직은 체감 거리가 훨씬 멀다. 노동법에는 만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경우 1년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해놓았지만, 문제는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가능성만 열어놓았을 뿐,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사람을 회사가 막을 방법은 없지만, 막상 육아휴직을 결심하려면 상사의 눈 밖에 날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회사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보험성’ 조항까지 법에 명시돼 있지만, 법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이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육아휴직 실험 1년..“회사가 달라졌다”
롯데가 육아휴직의무제를 전격 도입한 것은 지난해 9월. 육아휴직을 별도로 신청할 필요없이 출산하면 회사가 자동으로 육아휴직으로 처리해준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육아휴직의무제를 전사적으로 시행한 곳은 롯데가 처음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롯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롯데그룹이 육아휴직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비교 대상이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시행률을 자랑한다. 남성 직원들의 육아휴직까지 급증하면서 육아휴직자 사용 비율이 100%를 크게 웃돈다.
출산장려금 2천만원, 승급도 시켜줘..출산·육아 권하는 기업들
육아휴직의무제는 다른 기업으로 확산중이다. 올해 들어 현대백화점과 SK그룹도 육아휴직의무제를 연이어 도입했다. 신세계는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퇴직했던 여성 100여명을 다시 고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자녀를 갖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임직원을 위해 난임휴직제까지 도입했다. 난임휴직제는 임신이 어려운 난임자들이 임신할 수 있도록 1년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일부 공공기관 등에만 이 제도가 도입돼 있다. 육아휴직의 대상도 6세 미만 자녀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범위를 늘렸다.
“女心 잡아야 기업도 산다”
기업들이 앞다퉈 여성복지정 책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좋은 여성 인력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롯데홈쇼핑의 송상현 인사팀 과장은 “홈쇼핑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여성 직원이 많고, 신입사원 지원자의 90%가 모두 여성”이라며 “사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게 육아휴직 등 여성복지정책이라 회사에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도적인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총 1402명(2011년 기준)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에서 1.9%에 불과하다.
현재 정부는 육아휴직자에게 통상임금의 40%를 지급하고 있지만, 지급액의 상한선이 100만원으로 묶여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 직원의 평균 임금이 여성 직원보다 높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때 수입 감소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육아휴직에 대한 임금대체율이 낮다는 점이 특히 문제”라면서 “아이를 돌보는 동안 소득을 보전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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