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료란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전화번호, 아이디 등 통신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의미하는데 현행법(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상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 등이 요청하면 따를 수 있다’는 애매한 조항으로 돼 있다.
법문만 보면 엄격한 요건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용자 정보를 내주면 되는 것으로 보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사기관이 법령에서 정해진 이상의 것을 요구해도 통신사와 인터넷포털은 심한 압박을 느껴 수사기관이 원하는 대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경찰이 서버를 압수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일도 있으며, 기소중지자 검거기간 등에는 대규모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인적 사항을 요청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하지만 해당 고객은 사후통지를 받지 못해 내 정보를 수사기관이 언제, 어떻게 가져갔는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이버 수사 시 통신자료 제공 관련 법·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국가기관으로부터 부당한 개인정보 침해를 줄이려면 사회적 합의에 따른 수사기관 내부의 각성이 전제돼야 하지만 제도 개선 없이 자발적인 노력만 요구하는 것은 한계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권양섭 교수(군산대 법학과)에 ‘통신자료 제공 관련 법제 개선’ 위탁과제를 주고, 실태조사를 통해 현실을 파악했다. 지난 7일에는 인터넷 사업자와 법률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석준 국가인권위 인권정책과장은 “올해 4월부터 실태조사를 진행해 거의 막바지 단계이며, 11월 말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연내로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05년 옛 정보통신부 시절 만들어진 ‘통신비밀 보호업무 처리지침’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인권위 법제개선팀 관계자는 “포털 등이 보관하고 있는 정보는 포털 것이 아니므로 이용자의 자기정보결정권에 반한다”면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야 사업자들이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도 “인권위에서 제도개선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한편 이 문제는 최근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035420)이 카페 운영자인 A모씨가 제기한 2심 소송에서 패하면서 이슈화되고 있다. A씨는 NHN이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통신자료를 내줬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