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얘기" vs "군기잡는 자리"

15일 금융당국-은행 워크숍..중소기업 지원·자본확충펀드 등 현안
진동수 위원장 "진솔한 얘기 듣겠다"..노타이 `복장통일` 일부 긴장감도
  • 등록 2009-02-15 오후 5:13:39

    수정 2009-02-15 오후 5:26:14

[이데일리 좌동욱 정영효기자] "허심탄회하게 모든 이야기를 나누겠다(진동수 금융위원장)" vs "군기를 잡는 자리가 되지 않겠냐(모 은행장)."
 
경제위기 극복의 지혜를 모은다는 취지에서 진 위원장의 호출로 마련된 시중은행장들과의 15일 워크숍.
 
하지만 노타이에 콤비 차림의 복장 통일(?)까지 하며 간담회에 임하는 금융감독당국과 은행 `수장(首長)` 들의 모임의 성격을 놓고 느끼는 소회는 달라보였다. 
 
진 위원장은 휴일인 15일 금융당국과 은행장들과 합동 워크숍을 진행하기 직전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허심탄회하게 모든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날 행사는 진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장들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첫 회의다. 통상 서로 인사를 나누는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날 행사는 금융 현안에 대해 정부와 은행들이 토론하는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워크숍은 전적으로 위원장 아이디어"라며 "시중 은행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위원장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실제 워크숍은 오후 3시에 시작했지만 종료시간은 정하지 않는 `끝장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밤 10시가 넘어야 토론이 끝날 것 같다"며 "워크숍이 끝난 후 식당에서 위원장과 은행장들간 간단히 폭탄주도 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장시간 토론에 대비해 노타이에 콤비 차림의 편한 복장이었다. 한 시중은행장은 "드레스코드를 노타이와 콤비로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부임한 지 20일이 좀 지나 같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으면 했다"며 "마침 현안도 있고, 은행 등 금융기관들에 대한 얘기도 있고 해서 얘기좀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는 금융당국측 인사 10명과 은행측 인사 10명 등 총 20명. 신동규 은행연합회장과 산업은행, 기업은행(024110),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광주은행 등 연합회 이사은행장 등이 은행측 대표로 참석했고,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이하 금융위 및 금감원 인사 10명이 당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및 은행의 역할 ▲중소기업 지원 ▲은행 자본확충펀드 활용 ▲은행권의 신뢰성 제고방안 등 4가지 안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 자리를 통해 은행장들에게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확대하고 자본확충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이번 주중 자본확충펀드 세부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은행장들은 워크숍 시작 시간보다 30분 가량 먼저 도착해 진 위원장을 기다렸다. 하지만 담담함 표정 속에서도 긴장감이 묻어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중은행장은 행사 전 "금융위원장도 새로 오고했으니 군기를 잡는 자리가 되지 않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휴일로 삼청동 진입로가 막히면서 모 은행장은 약속시각에 30분 가량을 지각, 기념 사진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워크숍 직전에는 진 위원장과 김종창 원장,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4명이 따로 이야기를 나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은행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금융당국의 눈에는 은행권의 위기극복 노력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이 자리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은행이 해야할 일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해법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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