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벼랑 끝에 몰린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조선업계가 1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만큼 매각이 성사돼 기업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야·송강重 5일 본입찰 실시…STX조선, 패키지 매각 검토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업체들은 가야중공업, 송강중공업, STX조선 등이다. 먼저 경상남도 통영의 조선기자재업체 가야중공업은 이날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선 지난달 9일 실시된 예비입찰에서는 한 곳 이상의 투자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매각 대상은 가야중공업을 비롯해 계열사인 삼화조선·동일조선으로 가야중공업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가야중공업은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등에 선박용 메가블럭(선박을 구성하는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가야중공업은 2014년 이후 수주 실적이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겪어왔다. 지난해 6월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한때 매출 50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액 153억원, 영업손실 113억원으로 주저 앉았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STX조선은 STX프랑스와 고선조선해양 등을 묶어 매각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고성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현재 따로 법정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STX프랑스의 지분은 STX조선의 손자회사인 STX유럽(66.7%)이 보유 중이다. SPP조선은 지난 5월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M&A 투자계약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결국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못하고 매각이 무산됐다. SPP조선은 통영과 고성조선소 등 유휴자산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탱커·컨테이너선 등 경쟁력…부정적 업황 전망은 걸림돌
아울러 최근 들어 그리스 선주들이 연비 향상과 규제 강화라는 새로운 선박 수요 창출 상황에 따라 과감한 선대 교체에 나서는 등 내년중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이 최적화된 LR1·LR2·MR급 탱커 신조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 주력선종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며 “매각을 통해서라도 이 시점까지 업체들이 버틴다면 희망의 불씨는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조선업계는 저(低)유가와 경기 침체로 2년 연속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고 특히 국내 중형 조선소 수주량의 경우 지난해 64만6000CGT로 2014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59.8%)이나 줄었다.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체질을 개선을 하지 않는 이상 업황의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 자체가 너무 침체돼 있어 이들의 매각 성사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이라며 “중소형 조선업체의 경우 매각되지 않으면 청산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해당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