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분석]低유가 수혜 `빅2` 항공사, 재무안정 멀었다

대한항공, 6년만에 1분기 최대이익…아시아나도 선방
자금력 앞세운 해외항공사와 경쟁심화·LCC 거센 도전
신평사, 5~10년전 美·日과 유사…재무안정성 강화해야
  • 등록 2016-05-18 오전 6:50:00

    수정 2016-05-18 오전 6:50:10

국내외 주요 항공사 조정차입금 현황 (자료:한국기업평가)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내 대형 국적항공사들이 저(低)유가 덕에 양호한 1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크레딧시장의 우려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실적 변동성이 크고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국내 항공사들이 글로벌 항공시장 급변 속에서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대한항공(003490)은 지난 1분기에 32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넘게 급증한 것으로 2010년 이후 1분기 실적으로는 최대 규모다. 전 노선 승객이 고르게 늘어난데다 저유가에 따른 유류비 절감 효과가 컸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영업이익은 587억원으로 23.7% 줄었지만 최근 강력한 구조조정과 외화환산차손실 발생 등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두 항공사 모두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과 유럽 테러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실적 개선은 고무적이다. 유류비가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항공사 원가구조 특성상 저유가 장기화는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 개선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내국인 출국객과 외국인 입국객의 꾸준한 증가와 상용 수요에서의 압도적인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사업경쟁력도 뒤를 받치고 있다.

그러나 ‘빅2’ 항공사를 둘러싼 변수는 산적해 있다. 당장 아시아 여객시장을 놓고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미국과 중동, 중국 항공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중국과 일본 등 이웃 나라들의 공항시설 확충과 노선 확대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의 성장에 밑바탕이 된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기준 국제여객 8위, 국제화물 2위의 세계적인 국제공항으로 성장한 인천공항은 중국 항공사의 미주·유럽 직항노선 증가 등으로 최근 몇 년 새 환승률과 화물 운송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내시장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과 항공운송 자유화 확대 등으로 저가항공사(LCC)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국내선과 중단거리 국제노선을 중심으로 한 여객부문 경쟁강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런 변수들은 유가 반등과 더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신용평가사들이 만일에 대비해 재무 안정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끊임없이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말 별도기준 대한항공의 조정차입금은 16조4000억원에 이른다. 자회사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은 멈추게 됐다지만 대한항공 자체적으로도 향후 항공기 도입 관련 대규모 투자 등의 재무부담이 상당하다. 조정차입금이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도 금호아시아나그룹내 위상을 고려할 때 그룹의 외연 확장과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재무부담 확대가 우려된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항공운송산업의 대내외 현실은 불과 5~10여년 전 미국과 일본이 겪은 상황과 유사하다”며 “대형 국적항공사들은 여객 수요가 증가하고 유례없는 저유가가 지속되는 현 상황을 기회로 삼아 재무부담을 완화하고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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