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증시 차별화 현상 심해지는 4가지 이유"

iM증권 보고서
  • 등록 2024-10-21 오전 8:14:27

    수정 2024-10-21 오전 8:14:27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과 미국, 중국 증시의 차별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이 같은 모습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미국의 대통령선거 불확실성이 차별화 현상을 해소하는데 또다른 잠재 리스크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21일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증시도 변동성 확대 속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박스권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3국 증시간 극심한 차별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어찌 보면 이전처럼 미국과 중국 증시 호재가 국내 중시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외의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로 먼저 ‘인공지능(AI) 사이클 수혜 차이 혹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들었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AI 사이클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우려했던 승자 독식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지고 잇는 것”이라며 “이를 상징하는 현상이 엔비디아, TSMC 및 삼성전자간 시가총액 격차 확대”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간 시가총액 격차를 차지하더라도 올 2월 중순을 기점으로 한국 전체 시가총액을 넘어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 한국 전체 시가총액의 1.9배에 달하는 등 격차가 급격히 확대됐다.

이어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간 시가총액 격차 역시 ‘넘사벽’이 됐는데 올해 초 TSMC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38배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3.4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면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AI 산업내 주요 기업간 명암이 뚜렷해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기업만으로 형성되고 있는 AI 생태계에 진입 여부가 기업은 물론 국가별 증시 흐름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판단이다.

또 박 연구원은 ‘정책 강도 차이’에도 주목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물가 안정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이미 나섰고 연내 두차례 금리인하를 통해 총 100bp(1bp=0.01%포인트) 내외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여기에 AI 사이클을 중심으로 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기반한 산업정책 강화를 통해 강력한 투자 사이클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역시 강력한 유동성 정책을 추진 중이며 중국판 양적완화로 설명될 수 있는 ‘증권·펀드·보험 스와프 퍼실리티(SFISF: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 ETF, CSI300 지수 구성 주식을 담보로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스와프 해주는 제도)를 18일부로 시행했다. 그는 “중국 인민은행은 연내 지준율 및 각종 정책 금리의 추가 인하를 밝히는 등 이전과 다른 공격적인 유동성 정책을 실시할 전망”이라며 “재정 부양정책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규모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상당한 규모의 재정 부양정책을 실시할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끝으로 올해 금리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전망이고 경기부양과 관련된 재정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박 연구원은 “이처럼 한-미-중 3국의 뚜렷한 정책기조 차이가 증시의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낙수효과 약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연구원은 “ AI 등 기술혁신 사이클과 주요국 부양책 효과가 궁극적으로 국내 수출호조라는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글로벌 증시와 경제를 견인 중인 AI 사이클은 일부 기업만을 중심으로 한 승자독식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이라는 산업적 특성도 낙수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중국 부양책의 낙수효과도 통화 부양책이 부채 리스크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중국 산업발전 혹은 경쟁력 강화 역시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발 부양 낙수효과를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내수경기 온도 차이다. 그는 “글로벌 교역사이클 및 제조업 경기부진은 대부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수 경기의 경우 국가별로 온도차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탄탄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소비경기가 양호하며 더욱이 고금리 여건에서도 주택경기가 견조하다는 점도 내수 경기를 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내수 경기는 부진의 골이 심화되고 있다. 주택 등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고용시장 부진이 내수 침체를 설명해주고 있다. 다만 그는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부양정책이 실시되고 있으며 중국 증시의 강력한 부양책에도 추세적 상승보다 변동성이 커지는 요인이 내수경기에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내수경기 부진 속에 정책도 부재하다. 그는 “부동산시장은 일부 반등하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 국한된 현상으로 내수 회복에는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수도권 집값 상승이 통화긴축기조를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어 단기간에 내수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한-미-중 3색 증시 현상은 궁극적으로 한-미-중 경제 차별화, 즉 3색 경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면서 “관건은 글로벌 경제의 차별화 현상, 좁게는 한-미-중 3색 경제 현상 해소인데 이러한 현상이 해소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미 대선 불확실성 리스크가 차별화 현상 해소에 또 다른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결국 국내 수출 경기 모멘텀이 재차 강화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싫든 좋든 중국 경기의 강한 반등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본격적 통화완화정책도 요구된다. 각종 정책 추진과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미-중 3색 증시 및 3색 경제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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