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만 잘나가…PC·스마트폰 등은 수요 침체 여전"

"AI 열풍이 수요 침체 가려…대부분은 재고 쌓여 있어"
작년 반도체주 급등…엔비디아·AMD·오픈AI 등만 수혜
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츠 암울한 1분기 전망이 방증
"이번주 AMD·퀄컴 실적 발표서 업계 건전성 테스트"
  • 등록 2024-01-28 오전 11:12:57

    수정 2024-01-28 오전 11:12:5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업계 전반의 수요 침체에 대한 위기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엔비디아 로고(사진=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지난해 엔비디아와 AMD 주가가 AI 열풍에 힘입어 두 배 이상 급등했지만, PC나 스마트폰, 자동차 등의 반도체 수요 회복은 미약하다”면서 “TSMC와 엔비디아 등 일부 업체는 공급이 부족해 이익을 누리고 있는 반면, 대다수 다른 칩 제조업체들은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상위 30개 칩 회사를 추적하는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 반도체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50% 이상 급등했지만, 빅테크 업체들 중에선 TSMC, 엔비디아 등, 스타트업 중에선 오픈AI, 앤스로픽 등 일부 업체에만 수혜가 집중돼 있다”고 덧붙였다.

PC, 스마트폰 등의 반도체 수요는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크게 늘었다가 2022년 일상 복귀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크게 위축됐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수요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 등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전기자동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업계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례로 인텔은 지난 25일 월가 예상치 대비 무려 20억달러 부족한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을 제시했다. 이후 인텔의 주가는 12% 급락했고 시가총액도 250억달러 증발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시장 전망보다 10% 적은 1분기 매출 전망을 내놨다. 데이브 팰 투자책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몇 분기 동안 높은 수준의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재고 균형을 재조정하는 환경에서 운영을 계속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 두 업체의 암울한 실적 전망은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여서 다른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이번주 실적 공개를 앞둔 퀄컴과 AMD의 주가는 각각 2% 가량 하락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반도체 업계 전반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오는 30일 AMD와 31일 퀄컴의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업계의 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AI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올해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AMD의 주가는 올 들어 각각 23%, 20% 급등했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도 올해 매출이 최대 25% 증가할 것으로 낙관했다. 서버 부품을 만드는 슈퍼마이크로 역시 낙관적 실적을 제시하며 올해 주가가 60% 이상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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