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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한 게임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 유니티’다. 게임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을 재현한 만큼 화재 전 성당 모습을 보기 위한 게이머들이 유니티를 찾기 시작했다. 이에 유비소프트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위해 50만 유로를 기부하는 것은 물론 유니티를 무료로 배포하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랑스 5형제가 세운 회사, 글로벌 게임 업체로 도약
유비소프트는 1986년 프랑스 브르타뉴 출신 기유모 5형제가 설립한 게임 유통업체다. 당시 기유모 형제들은 부모님이 영위하던 통신 사업을 물려받아 진행하다 사업 영역을 게임 영역까지 확장하며 유비소프트를 세웠다. 설립 당시 프랑스 내에는 시장을 석권한 게임 업체가 전무했다. 기유모 형제는 즉각 당시 세계적 게입 업체였던 일렉트로닉 아츠(EA), 시에라 등과 접촉해 프랑스 내 판권을 따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갔다.
기유모 형제는 단순히 게임 판권을 사다 유통하는데 만족하지 않았고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에 나섰다. 유비소프트는 게임 개발자 미셸 앙셀을 영입해 당시 유행처럼 번져가던 3D 게임에 역행하는 2D 어드벤쳐 게임 ‘레이맨’을 내놓았다. 레이맨은 예상 외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유비소프트는 레이맨을 바탕으로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 유통업체에서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로 성장하게 된다.
레이맨의 성공을 계기로 유비소프트는 1996년 파리 증권 거래소의 2부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진행했고 2000년에는 파리 증권 거래소의 1부 시장 입성에 성공한다. 같은 해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는 밀리터리 소설 ‘붉은 10월’로 유명한 톰 클랜시의 소설을 기반으로 1인칭 슈팅게임(FPS) ‘레인보우식스’를 제작한 곳이다. 이 회사 인수와 함께 톰 클랜시의 소설 출판권도 함께 사들였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유비소프트는 2004년 미국 게임업체 EA가 유비소프트의 지분 19.9%를 기습적으로 매입하면서 갑작스럽게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EA 측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공식화 하진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위였다. 이에 기유모 형제는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크게 성장할 테니 지분을 매각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프랑스 정부도 자국 게임 개발사 세금 감면 정책을 펴는 등 간접적 지원에 나섰다.
유비소프트는 EA의 공격을 기점으로 ‘브라더 인 암즈(Brothers in Arms)’, ‘페르시아의 왕자: 두개의 왕좌’, ‘미스트5’, ‘사일런트 헌트 3’, ‘톰 클랜시의 스플린터 셀: 혼돈 이론’ 등을 공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다. 매출 극대화를 통한 실적 개선을 통해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단 전략이었다. 유비소프트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2004년 1월 9일 기준 5.65유로 수준이던 회사 주가는 2년만에 26유로를 돌파했다. 결국 EA는 2010년 유비소프트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한 고비를 넘겼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15년 프랑스 미디어 그룹 ‘비방디(Vivendi)’가 유비소프트의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비방디는 한때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던 게임 업계의 큰 손이었다. 2016년 비방디는 유비소프트에 대한 지분율을 27%까지 늘리며 기유모 형제를 압박했다. 그러나 비방디에 인수될 경우 유비소프트 특유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 봤던 기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비방디는 보유 지분 전량을 유비소프트 우호 주주들에게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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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도 인정한 유비소프트의 경영관
유비소프트의 주가는 중국 판호 발급 중단과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지난해 10월부터 급락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0월 2일 100유로던 회사 주가는 지난 2월 28일 63.5유로까지 하락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의 주가 하락은 글로벌 게임업체 전반이 겪었던 문제인데다 지난 3월 15일 발매된 ‘디비전2’에 대한 신작 모멘텀의 영향으로 반등에 성공, 현재 주가는 80달러 선을 회복했다.
유비소프트는 2011년 말부터 주가그래프가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게임을 기기에 맞게 최적화 하면서 그래픽의 질이 심하게 저하되거나 ‘감자 서버’라는 악명을 들을 정도로 서버 관리가 부실하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지만 회사만의 뚜렷한 경영관이 실적 개선세를 유지하는데 기여한 것 또한 사실이다.
유비소프트는 속칭 ‘망한 게임’이 나온다고 해서 해당 시리즈를 더 이상 만들지 않거나 해당 게임 스튜디오를 없애버리는 모습이 경쟁사 대비 덜하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유니티’에서 큰 손해를 봤지만 이후 ‘오리진’과 ‘오디세이’로 만회했다. 레인보우식스 시리즈 역시 비판 속에서도 ‘시즈’를 내놓으며 과거 명성을 회복했고 회사 실적에 톡톡히 기여했다.
자사 게임에 제국주의와 역사 왜곡 요소가 포함되는 것을 지양하고 게임에 등장하는 남녀 성비도 신경을 쓰다보니 최근 일고 있는 급작스런 ‘정치적 올바름’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글로벌 무역분쟁 같은 외부 요인이 없는 한 유비소프트의 주가도 큰 흔들림이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