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등급감시대상에서 제외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현재 ‘AA+’인 신용등급은 일단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강등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기평은 “지난 4월29일 롯데첨단소재 인수를 완료하면서 삼성 계열 화학사 인수를 종결한 점을 반영해 등급감시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올해 대규모 영업현금(OCF) 창출이 예상되지만 삼성 계열 화학사 인수로 레버리지가 확대된 상황에서 미국 ECC 투자 부담으로 재무부담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기평에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 역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붙이는 등 3사 모두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 공개된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고개를 갸웃거릴만하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6.1% 급증한 4736억원, 당기순이익 역시 3457억원으로 188.6% 늘어났다. 업계 1위 LG화학의 이익 규모를 앞섰을 정도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나프타 가격이 하향 안정된 덕을 톡톡히 봤다. 석유화학업황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실적 개선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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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작년말 마이너스 2000억원이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4월 말 기준 2조2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번 인수는 제품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측면에서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당장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상업가동 시점인 2018년에는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변동성이 큰 유가 특성상 이를 장담할 순 없다. 경쟁사인 LG화학은 유가 예측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관련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ECC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기평은 “실적 개선세가 2~3년 유지되면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투자부담의 상당 수준을 내부창출현금으로 조달하며 재무부담을 덜어 줄 수 있겠지만 최근 업황이 투자 완료 시기까지 지속하리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삼성 계열 화학사 인수로 급격히 저하된 재무안정성 회복에 중기적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