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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다음엔 뮤지컬 수상자로 서겠습니다.” 공연기획사 인사이트의 장상용 대표가 최근 열린 ‘2014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조용필 전국투어 콘서트’로 최우수상을 받은 후 한 말이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그날들’로 뮤지컬 제작에 첫발을 내디뎠다. 내년에는 대형 창작뮤지컬을 선보일 계획. 이미 창작팀을 꾸려 작품 준비에 나섰다.
김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1월 서울공연을 마친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 제작사도 ‘공연계 이방인’이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 ‘신세계’ 등을 제작한 뉴가 주인공. 영화배급사가 50억원을 투입해 큰 판을 벌이자 뮤지컬업계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파급도 적잖았다. 인사이트와 뉴가 각각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은 지난해 연간 판매 톱10(인터파크 기준)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순위에 든 창작뮤지컬로는 두 회사의 작품이 유일했다. ‘뮤지컬 신참’들이 ‘대박’을 친 셈이다.
뮤지컬 제작에 ‘큰손’이 몰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뛰어들었다. 자회사인 SM C&C를 통해 올해 뮤지컬시장에 진출하는 것. 뮤지컬 제작팀을 꾸린 SM C&C는 올 하반기 두 개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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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불고 있는 K팝 열풍도 뮤지컬 제작 바람에 힘을 실었다. 작품에 출연하는 아이돌에 대한 애정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티켓을 산 공연 장르는 뮤지컬이었다. ‘월드스타’ 싸이와 2PM 콘서트를 제치고 ‘삼총사’가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연간 티켓 예매 순위 톱5 안에는 2개의 그룹 신화 콘서트를 제외한 세 작품이 모두 뮤지컬이었다. 여기엔 창작뮤지컬 ‘디셈버’도 포함돼 있었다. 슈퍼주니어 성민이 출연한 ‘삼총사’를 본 일본인 후지타 아이비(29) 씨는 “처음엔 성민을 좋아해서 한국에서 ‘잭 더 리퍼’를 봤는데 공연을 보니 한국 뮤지컬의 구성과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에 빠져 다른 한국 뮤지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뉴에 따르면 김준수가 출연한 ‘디셈버’ 관객 중 외국인 관객 티켓예매율이 5.8%에 달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뮤지컬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제작자와 투자자도 늘고 있는 것이다.
창작 바람이 거센 이유는 또 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몸부림이다. 국내 시장 80%는 미국과 유럽 뮤지컬로 잠식된 상황. 국산 창작으로 체력을 키워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걸 돕겠다는 게 목표다. CJ E&M은 ‘크리에이티브마인즈’란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제작자들의 신작 개발을 돕고 있다. SK도 문화재단을 통해 올해부터 뮤지컬 창작 지원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유희성 청강산업대 뮤지컬스쿨 원장은 “이런 지원은 단기적으로는 제작자들에,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창작작품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