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급분 달라" 산업현장 대혼란 이미 시작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부회장
기업에 추가 인건비 부담 안겨 재정 압박 심화
노조 줄소송…기존 소송 판결도 잇달아 뒤집힐듯
우리경제 최악의 위기인데…임금 문제 '설상가상'
  • 등록 2025-01-15 오전 5:31:00

    수정 2025-01-15 오전 6:59:26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부회장] 지난 13일 기아(000270) 노동조합(노조)이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급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조는 소송에 돌입하기 위해 이달 24일까지 위임인 신청을 받는다.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지난해 말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임금 재산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대법원발(發) ‘통상임금 후폭풍’이 경영계에 불어닥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19일 현대차와 한화생명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을 선고하며 ‘고정성’ 요건을 통상임금 정의에서 제외하는 판결을 내렸다. 2013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재직자 조건 등이 있는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11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기업에 추가 인건비 부담을 안겨 재정적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미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기업에는 연쇄 인건비 증가가 새로운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법적 기준의 변화는 산업 현장에서 또 다른 갈등과 사회적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3일 퇴직자의 경우 상여금 150%를 통상임금으로 산입해 퇴직금을 정산하고 연·월차 수당을 소급해 지급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14일 노조는 “주휴수당, 사용 연차, 노동절(수당) 등 기존 통상임금 미반영 항목을 포함, 2019년 합의 당시 미흡했던 부분까지 검토해 권리를 쟁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통상임금 소송도 영향을 받고 있다. 13일 대법원은 기업은행 노조와 퇴직자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2심 판결에 대해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2심 서울고등법원은 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지만, 다시 살펴보라며 돌려보낸 것이다. 이는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기 환송 취지를 고등법원은 존중해야 하는 만큼 노조의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우리 경제상황은 위기의 연속이다. 탄핵정국 이후 내수시장은 붕괴 위기에 직면했고, 기업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은 기업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안기며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모두가 죽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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