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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디지코 KT, 네 덕에 편해졌다. 얘!”
인공지능(AI) 로봇이 호텔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룸서비스를 수행하는 장면과 함께 배우 윤여정 씨의 맛깔나는 목소리 출연이 더해져 화제를 모은 KT TV 광고 속 대사다.
이 광고는 구현모 KT 대표가 통신기업을 탈피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꾸준히 시도 중인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데, ‘윤여정 효과’를 톡톡히 보며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1000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최근 이 광고 속 AI 로봇을 호텔이 아닌 자연 속 캠핑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이벤트 공모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디지코 캠핑’이라고 명명한 행사가 그것인데, 지난 4월에 열린 첫 번째 행사는 KT의 비대면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 ‘랜선야학’에 참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았다.
도심에서 멀어져 힐링을 위해 떠나는 캠핑장에서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가 과연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우려 반 설렘 반을 안고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경기도 안성시 안성맞춤캠핑장에서 KT 디지코 캠핑을 직접 체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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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EV SUV에 아빠 참가자들 방긋
캠핑 첫날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로 참가자들이 각자의 차를 타고 삼삼오오 모였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테슬라 모델 Y, 벤츠 EQC 400,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최신 EV(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들.
차를 좋아하는 몇몇 남성 참가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고급 EV SUV를 손수 몰아볼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이번 캠핑 행사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으로 올라간 듯했다.
가져온 짐들을 배정받은 벤츠 EQC 400 차량에 옮겨 담은 뒤 목적지 안성맞춤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약 80km 거리를 달려 도착하자 배터리가 3분의 1가량 줄어 있었다. 전기를 마음껏 써야 하는 이번 캠핑 콘셉트상 배터리가 생명인데 하며 걱정하던 찰나 사이트 바로 옆에 전기를 쓸 수 있는 콘센트박스를 발견하고 안심했다.
전기 사용은 물론 데이터 사용도 ‘프리(Free)’다. 콘센트 박스 위에 설치된 KT 기가 와이파이 공유기 덕분에 산속 캠핑장에서도 끊김 없는 인터넷 사용이 가능했고, 아직 KT의 디지털 플랫폼 기술들을 체험하기도 전이지만 벌써 디지털 이용이 주는 편리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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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이 라면을 배달해준다고?
그런데 점심으로 제공된 것은 진에어 기내식 도시락. 해외 여행을 못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나온 제품인데, 기내식을 캠핑장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설레는 경험이긴 했지만 시선은 계속 AI 로봇이 있는 ‘디지코 AI 카페테리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궁금증을 안고 AI 카페테리아로 가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AI 서빙로봇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호텔 등 수요처에서 AI 로봇에 대한 발주가 몰리면서, 행사장까지 보낼 수 있는 여유분의 AI 로봇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신 AI 쿠킹로봇이 끓여준 라면을 들고 텐트로 돌아갔고, 몇몇은 남아서 AI 기가지니 게임을 체험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이후에는 가족별로 2대씩 제공된 공유자전거 ‘타조(TAZO)’ 자전거를 타고, 안성맞춤캠핑이 속해 있는 안성맞춤랜드 테마파크 내 주요 장소를 돌며 사진촬영 이벤트에 참여했다.
단순한 캠핑장인줄 알았던 안성맞춤랜드 안에는 사계절 썰매장과 남사당패 공연장, 천문과학관 등 다양한 체험공간이 즐비했다. 자전거를 이용하니 걷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테마파크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었고, 텐트에서 편의점을 오가거나 할 때도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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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을 앞두자 스태프들이 테이블 세팅으로 분주했다. 태블릿 PC가 거치대에 세워져 있고, 옆에는 바비큐를 위한 장작불이 타오르며, 테이블 위에는 요리재료들이 한가득 놓였다.
태블릿 PC로 KT의 화상회의 플랫폼인 ‘KT 비즈미트(BIZ MEET)’에 생성된 ‘랜선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자, 서울에서 연결한 김소봉 셰프가 반갑게 이날 행사에 참가한 12가족 팀을 맞이했다.
AI 로봇 식사와 기가지니 게임으로 보낸 점심이 A(AI) 체험시간이었다면, 이번엔 C(클라우드) 체험시간인 셈이다.
백종원 대표가 화상으로 ‘요린이’들을 가르친다는 콘셉트의 인기 예능 ‘백파더’와 유사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김 셰프 역시 “백파더 같죠?”라고 농담을 던지며 랜선 쿠킹 클래스를 시작했다.
요즘 캠핑장에서 한창 유행인 토마호크 바비큐와 토마토 소스를 활용한 냉파스타가 이날의 메뉴. ‘고기 굽고 파스타 한그릇 내는 것 정도야 쉽지’라고 생각하며 시작했지만, 의외로 랜선 쿠킹 클래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느새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같이 있는 것 이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낯설었던 랜선 화면 속 셰프나 참가자들의 모습도 편안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꽤 그럴싸한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고, 완성과 동시에 화면에서 바쁘게 이탈하는 참가자들을 보고 빵 터진 김 셰프는 “식사가 먼저”라며 “손 한번 흔들어주세요”라고 외치며 요리 수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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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영화관 만들어 맥주 한잔
A와 C에 이어 B(빅데이터)는 KT의 동영상서비스 ‘시즌(Seezn)’이 체험 서비스였다.
태블릿 PC로 텐트 안에서 시즌을 볼 수도 있었지만, 전기차 캠핑이다 보니 전기 이용이 자유로운 점을 한껏 활용해 자동차 영화관을 만들었다. 트렁크 앞쪽에 빔프로젝터를 세우고, 뒷좌석을 눕혀 매트를 깔고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틀어 놓으니 아늑한 영화관이 완성됐다.
트렁크에 기대앉아 맥주 한잔을 마시며 영화를 보고 있자니, 자연 힐링과는 또 다른 매력의 디지털 힐링이 확실히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늦은 저녁이 되자 KT에서 준비한 이벤트로, ‘비긴어게인2’에 출연한 가수 정세운이 깜짝 게스트로 참석해 참여자들을 위한 특별 라이브 공연을 선사했고, 또 몇몇 팀은 안성맞춤 천문과학관에 들려 천체를 관측하기도 하면서 이날 행사를 서서히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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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100점, 기술 체험은 다소 아쉬워”
디지코 캠핑의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 청주에서 이벤트에 당첨돼 참가하게 됐다는 이승현(38·남), 송경숙(36·여), 이지율(15개월·여) 가족을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편 이승현 씨는 “원래 KT하면 통신기업, 인터넷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KT가 이렇게 많은 기술 서비스를 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생활 곳곳에 이미 많은 AI 기술이 스며들어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내 송경숙 씨는 이에 공감하면서고, 약간의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KT 캠핑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하니 윤여정 CF에 나오는 그 AI 로봇을 직접 보는 거냐며 주변에서 더 난리였다”면서 “그런데 막상 와보니 실제로 작동하는 로봇을 보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캠핑 행사 자체는 100점 만점에 200점도 아깝지 않지만, KT가 의도한 기술 체험 측면에서는 보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KT 미래가치추진실 측은 “기술 체험 부분에서 미미했다는 행사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이어질 디지코 캠핑을 계속 보완해나가겠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콘셉트의 행사를 준비해, 달라진 KT의 기술 역량을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늘려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