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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에 위치한 금속부품업체 A사는 최근 수익성이 좋지 않다.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거래처로부터 지속적인 단가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는 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5억원으로 전년(21억원)과 비교해 4분의 1 토막이 났다. A사 대표는 “이익이 터무니없이 줄어 고정비를 줄여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나마 월급을 줄이지 않은 게 다행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도 중소기업인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올 한해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글로벌 성장률은 둔화하는 등 안팎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 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등 노동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중소기업 자금사정은 악화 일로에 있다.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사업장 총 509곳을 대상으로 ‘2020년 설 연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57.8%가 ‘설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업규모별로 보면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 비중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 전년과 동일한 반면, 300인 이하 사업장은 전년보다 줄었다.
실제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전년과 동일한 71.8%가 설 상여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장은 전년(59.6%)보다 4.4%p(포인트) 감소한 55.2%만이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 중 절반만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중소기업 자금사정을 조사한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808곳을 대상으로 ‘2020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절반(49.7%)에 달했다.
특히 자금사정이 곤란한 이유로 절반 이상이 ‘인건비 상승’(52.9%)을 꼽았다. 이어 ‘원부자재 가격상승’(22.4%), ‘판매대금 회수 지연’(22.2%), ‘납품대금 단가 인하’(20.0%), ‘금융기관 이용곤란’(10.2%) 등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인건비 상승을 지적한 것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16.4%)에서 지난해 8350원(10.9%) 등 최근 2년 간 29% 올랐다. 올해는 2.9%(8590원) 오르며 어느 정도 숨고르기를 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3년 동안 30% 이상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설뿐 아니라 올해 전체적인 경영환경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환경 및 올해 경영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영환경 전망으로는 절반 이상(57.0%)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더 악화할 것’이란 응답이 33.7%로 ‘더 좋아질 것’(9.3%)보다 3배 이상 많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불안정한 대외경제 여건과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 내수부진 장기화 등 대내외 요인은 올해도 경영환경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저임금 상승폭 감소와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 부여 등 일부 정책적인 변화는 중소기업으로서 기대할 만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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