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5)씨는 최근 한 가상화폐거래소라는 곳에서 보낸 이메일을 받고 혹했다. 최근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는데다 연말에 결혼을 앞둔 만큼 목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해 꽤 짭짤한 수입을 얻었다는 얘기를 꽤 들었던 최씨는 사흘을 고민한 끝에 투자할 마음을 접었다. 실제로 이 업체를 찾아보니 가상화폐거래소가 아닌 단순 투자대행업체여서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수익과 원금 보장 등을 미끼로 서민들을 현혹하는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율의 예적금 보장에서 FX마진거래와 개인간(P2P) 대출을 거쳐 최근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까지 범행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수신행위 신고건수는 최근 5년 사이에 약 9배로 불어났다. 2013년 83건에 머물던 금감원 신고건수는 지난해 712건까지 급증했다. 신고건수 중 단순 상담과 문의 등을 제외하고 금감원이 구체적 혐의 사실을 포착해 수사의뢰한 건수 역시 같은기간 42%나 늘었다. 2013년 108건이었던 금감원의 수사의뢰 건수는 지난해 153건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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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비교해 낮은 금리로 서민들이 돈을 불릴 수 있는 수단은 줄었지만 빨라진 은퇴와 평균 수명 증가로 어떻게든 재산을 늘리겠다는 서민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부동산개발업체를 비롯해 주식투자업체, 의료기기 등 제조업체, 요식업, 특수작물 재배업체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접근한다. 대부분 실체가 없는 투자를 하거나 ‘밀돌 빼서 윗돌 괴기’의 돌려막기식으로 운영된다. 또 대부분의 유사수신업체가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여 피해를 더 키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상화폐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상화폐의 경우 규제할 마땅한 법률이 없는 상태다.
박상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사수신행위가 가상화폐까지 손을 뻗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투자자의 부주의나 탐욕을 탓할 게 아니라 사건이 커지기 전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에 사건 초기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정권차원에서 확실한 근절 의지를 천명해 검·경을 움직여야 한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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