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갈림길에 놓인 동국제강

[워스트레이팅]나빠지는 재무상태…업황도 오너도 안 도와준다
  • 등록 2015-05-12 오전 7:00:00

    수정 2015-05-12 오전 7:41:47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이대로 간다면 동국제강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 SRE 자문위원은 동국제강에 대해 이같은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비자금 문제에서 비롯된 검찰발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다. 대규모 투자를 벌여놨지만 더뎌지는 경기 회복세에 철강업황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빚과 이자를 감당할 기초체력이 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컸다.

동국제강은 21회 SRE 등급 적정성 설문(워스트레이팅)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렸다. 동국제강은 173명 가운데 37명(21.4%)에게 표를 받았다. 지난 20회 SRE 18.7%(26명) 때보다 더 많은 득표 수다.

SRE 자문단은 동국제강이 워스트레이팅에 오른 이유는 삼성테크윈, 롯데물산, 포스코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최근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조정이 빨라지고 조정 대상이 확대되면서 이슈가 불거진 기업으로 표가 쏠렸지만 동국제강은 더 근본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빚에도 ‘급’이 있다

동국제강의 차입 확대는 2000년대 후반 들어 시작됐다. 당진에 후판공장을 짓고 제강·압연 관련 인천제강소 설비도 정비했다. 당진 공장에 9264억원, 인천제강소에 4691억원 총 1조3955억원이 투자됐다. 2010년에는 서울 을지로에 신사옥 페럼타워를 세웠다.

투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국제강이 포스코와 브라질 발레(Vale)사와 손잡고 CSP 일관제철소 투자에 나선 것. 2011년부터 투자된 자금은 8255억원에 이른다.

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08년말 3조5111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2133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1.8%에서 239.5%로 상승했다.

지난해 별도기준 총차입금이 1000억여원 줄긴 했지만 그 내역을 뜯어보자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같은 기간 회사채를 포함한 장기(비유동성) 차입금 규모는 2조2046억원에서 1조4761억원으로 줄어든 데 비해 단기(유동성) 차입금 규모는 3조87억원에서 3조7186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친구에게는 돈을 언제든지 갚아도 된다고 하겠지만 그 반대라면 짧은 기한 내에 갚으라고 독촉할 것이다. 장기 차입금보다 단기 차입금이 늘어나는 현상을 좋은 신호로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아직 브라질 일관제철소는 완공되지 않았다. 공정률 80%로 지분 30%를 보유한 동국제강으로선 1000억원 정도 추가 납입해야 한다. 다만 동국제강 측은 “채권은행과 체결한 신디케이션론에 따라 잔금을 납입할 예정”이라며 “브라질 제철소 CSP는 30억달러를 차입해 자금을 조달했고 금융계약이 사실상 마무리돼 동국제강에 추가되는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리저리 치이는 동국제강

이만큼의 빚을 감당하기에 동국제강의 벌이는 시원치 않다. 주 사업영역은 선박 만드는 데 쓰는 후판과 건물 지을 때 들어가는 봉강과 형강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판사업을 시작한 동국제강은 2010년 국내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늘렸다. 그러나 후판 사업에 현대제철이 뛰어들면서 동국제강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현대제철이 2010년 당진공장에서 후판을 본격 생산한 뒤 동국제강 점유율은 2011년 34%, 2012년 20%대로 내려왔다. 지난해 점유율은 21%에 그쳤다.

봉·형강 시장점유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원재료인 철광석과 고철 가격이 떨어지면서 판매단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도 치고 올라오면서 수출에 위협이 되고 있다.

업황도 문제다. 조선업뿐 아니라 건설업이 침체되면서 수주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 철강부문 매출액은 2011년 8조8894억원에 달했지만 2012년 7조원대, 2013년 6조원대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5조8231억원에 그쳤다.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철강부문이 부진하자 2013년 간신히 흑자를 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03억원 적자로 다시 돌아섰다.

투자로 재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익이 안 나자 재무 부담이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도 생산실적 자체가 줄면서 지난해 동국제강의 공장 가동률은 67.30%를 기록하며 60%대로 떨어졌다. 호황기였던 2010년 공장 가동률이 77.27%였던 점을 고려하면 10%포인트가량 하락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국제강 신용등급도 하향세다. 신용평가 3사는 지난 2013년 말 A+에서 A로, 지난해 말 A에서 A-로 동국제강 신용등급을 내린 데 이어 3, 4월을 전후로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A-에서 BBB+로 한 단계 더 낮췄다. 한국신용평가는 4월 말 A-에서 BBB로 두 단계를 낮췄다. 아직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등급 강등 가능성이 열려있다.

페럼타워 매각 결정

동국제강은 재무구조 평가대상 기업집단(주채무계열)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5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1498억원을 조달했다. 자회사인 유니온스틸와의 합병안도 내놨다. 그럼에도 시장은 만족하지 못했다. 업황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재무 부담이 여전한 탓이다.

합병 시너지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주 원재료가 동국제강은 고철과 슬라브(SLAB)로, 유니온스틸은 열연코일로 각각 달라 조달비용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재무지표에도 별 다른 변화는 없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투자에도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재무구조가 나빠진다는 점에서 3년 전 동부제철이 오버랩된다”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너 리스크마저 불거진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3월 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장 회장은 해외법인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도박 등에 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1990년에도 상습 도박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한 자문위원은 “회사 기초체력이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불거져 우려가 더욱 커졌다”며 “유상증자, 유니온스틸과의 합병 등 자구책을 내놔서 기대가 컸는데 반전 조짐이 보이지 않으니 시장의 실망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결국 동국제강은 4월 말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페럼타워 매각을 결정했다. 삼성생명이 4200억원에 사들이기로 하는 조건이다. 동국제강의 자금 사정에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별도기준 207%까지 올랐던 부채비율은 199%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철근·형강·냉연사업이 견조한 가운데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으로 컬러강판, 아연도금강판 등 냉연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니온스틸과의 합병 이후 재무적 유연성을 키우면서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며 “올해 페럼타워 매각 등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로 재무구조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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