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부심 자극 '고추라면' 어때요?" 고기동 차관, 지역특화제품 개발 지원

■'지방소멸 극복, 지자체가 미래다' 특별 인터뷰
지역소멸 대응차 특산물 연계 아이디어 적극 제안
롯데-지자체 손잡은 롯샌·빈츠·몽쉘 등 소개
‘인구 적다고 꿈 작지 않다’ 자치단체장 말 인상적
“운동장 넓게 써야…청년마을·기금·빈집 정책 마련”
교부세 산정시 생활인구 포함…규...
  • 등록 2024-10-23 오전 5:30:00

    수정 2024-10-23 오전 10:56:59

[세종=이데일리 박태진 이지현 기자] “경북 영양군 인구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지만, 고추 생산량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방자치단체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매운 고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해당 고추가 수프에 들어간 라면을 개발해 지역특화 제품들이 완판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수도권 쏠림에 제2의 영양군 많이 생길 것”

22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과자 꾸러미를 선보이며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로 기존 제품에 지역 특산물을 연계한 제품 개발을 적극 제안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제과제품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고 차관이 손에 든 제품은 롯데웰푸드에서 만드는 기존 제품에 충남 부여군의 특산물 알밤을 넣어 새롭게 탄생시킨 ‘밤이 아름다운 부여 빈츠’였다. 또 부여 알밤이 들어간 ‘롯샌’과 ‘몽쉘’, ‘말랑카우’ 등을 소개했다. 지난 8월 행안부의 제안으로 체결된 ‘지역-기업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탄생한 제품들로 모두 시중에 출시되자마자 한 달 만에 완판됐다.

올 봄에 고 차관이 경남 남해군을 방문했을 때 ‘빼빼로’와 남해 유자의 콜라보 제품을 접하고, 지역과 기업이 협업하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직접 추진하게 된 것이다.

고 차관은 “전국을 돌면서 만난 자치단체장 중 한 분이 ‘인구가 적다고 해서 꿈도 작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그때 지자체의 꿈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역과 연계한 과자를 만드는 것에 공감이 갔다. 영양군은 ‘영양 좋은 영양 고추’를 내세워 라면기업을 연결시켜줄까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고 차관은 지난 5월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해 경북 영양군을 다녀왔다. 영양군의 인구는 8월 기준 약 1만5400여명으로 경북 울릉군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이다. 면적은 815.8㎢로, 서울시(605.21㎢)보다 훨씬 크지만 가동 중인 신호등이 3곳이고 응급실이 있는 병원도 1곳뿐일 정도로 생활 기반시설도 열악한 실정이다.

고 차관은 “이 지역에서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29명, 돌아가신 분은 281명이라고 하니 이대로라면 10~20년 뒤에는 이 지역이 소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심각한 것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만 전체 인구의 약 25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 취업 환경 등 모든 생활 기반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앞으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될 우려가 높아 비수도권은 점차 소멸해 갈 것이고 또 다른 영양군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운동장을 넓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고 차관의 지론이다. 지방의 여건을 개선하고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는 것이 지방소멸 대응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 이전 기업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청년들이 지역 정주와 정착을 돕기 위해 청년마을도 조성하고 있다.

또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영하고 있고 지역에 점차 늘어나는 빈집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 중이다.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미활용 폐교를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지역 학생의 농촌 유학 활성화를 위해 유학 희망자가 거주지 외 인접한 읍·면에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맞춤형 규제 특례도 확대하고 있다

통신에 카드활용까지…생활인구 통계 고도화

행안부는 정주인구 외에 관광이나 통근·통학 등으로 지역에 체류하고 소비활동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지역 활력에 도움을 주는 ‘생활인구’ 개념도 작년부터 도입했다. 지난 7월에 89개 인구감소지역에 대해 2024년도 1분기 생활인구 산정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앞으로 분기마다 산정할 계획이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고 차관은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등록인구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그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 동안 머물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체류인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높아진 인구의 이동성과 변화된 생활방식이 지역별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생활인구 산정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지역 특성에 맞는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숙박 없이 당일치기로 오는 관광객이 많다면 야간 관광상품을 개발해 체류기간 연장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패러글라이딩, 서핑 등의 활동적인 레저프로그램 개발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 출장이 많은 지역은 워케이션(원하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하는 근무형태) 시설을 조성하는 등 더 많은 생활인구 유입을 도모할 수 있다. 이에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에서 지역 활성화 정책을 수립할 때 생활인구 통계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통계 항목에 대한 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2분기 생활인구부터는 이동통신데이터와 함께 신용카드 이용정보와 신용정보사(KCB)의 직장 정보를 추가해 체류인구의 소비행태나 직업군 등도 분석할 예정이다.

고 차관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생활인구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통교부세 산정시 생활인구에 대한 수요 반영을 검토 중에 있고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이나 심사 등에서도 생활인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생활인구 분석 결과를 민간에도 개방해 창업이나 신산업 육성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활인구 확대와 함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정부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2022년에 제정하고 인구감소지역에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 ‘국·공립 어린이집 우선 설치’ 등 36개의 특례를 부여했다”면서 “앞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특례 발굴을 위해 관계부처 및 인구감소지역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지역 활성화에 있어 관광이 중요한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 중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달 개최될 회의에서는 ‘지역관광 활력 제고’, ‘외래관광객 유치 활성화’, ‘관광산업 혁신’ 등의 과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고 차관은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 활성화와 지역의 관광 활성화가 긴밀히 연계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등과 지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기업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행안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 출자해 ‘인구활력펀드’를 조성하고 농협은행 및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37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신설될 인구전략기획부에 거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고 차관은 “인구전략기획부가 인구소멸과 관련해 전반적인 부분을 장려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여성들이 지방에 정착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인구감소 뿐 아니라 지역소멸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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